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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일기] 메리 루플 '가장 별난 것'

등록 2024.04.28 18:58

수정 2024.04.29 08:50

[한 문장 일기] 메리 루플 '가장 별난 것'

/카라칼 제공(예스24 캡처)

나는 크로커스 꽃들과 우리 모두의 머리 위로 펄럭이는 깃발 곁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러곤 그 즉시 활기찬 마음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고 결심했다. 그 아름다웠던 하루와, 그리고 잠깐이지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미래와 다시 발걸음을 맞출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미래에는 이 작은 순간들을 따라잡을 수 있기를, 다시 그런 기회가 왔을 때는 나란히 발맞추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 아름다운 날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는 숨을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부풀어오른 호흡만큼이나 고양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단서를 찾느라 낱말과 낱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야 했다. 그리고 발견한 결론이라면, 어떤 글은 읽는 사람을 그저 울고 싶게 만든다는 것. 어떤 문장은 누군가를 다시 태어나고 싶게 한다는 것. 문장 끝을 눈으로 매만지며 생각한다. 이 순간, 삶을 조금 다른 색으로 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비루하지만, 아름다웠던 하루와, 그 하루를 구성한 당신과 나에 대한 기억만으로 어떤 날은 버텨진다. 책의 모퉁이마다 메리 루플은 짓궂게 서서 미소 짓는다. 당신과 내가 삶을 향해 나란히 손 흔드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고, 그가 나직이 말하는 것 같다.

 

[한 문장 일기] 메리 루플 '가장 별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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