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아무 말도 안 하면

등록 2024.04.29 21:51

수정 2024.04.29 21:55

"이번 일만 잘되면 다이아 반지가 문제야?"

명배우 허장강은 유들유들 너스레를 떨던 독보적 악역이었습니다. 유행어 '우심뽀까'를 낳은 명대사도 이렇게 전해옵니다.

허장강 이예춘을 비롯한 단골 악역 배우들은, 길 가다 소금 세례를 받곤 했습니다. 대중탕에 가면 사람들이 슬슬 피해, 본의 아닌 독탕을 누리기도 했지요.

이명박 청와대 시절 이동관 홍보수석이 물러나며 말했습니다.

"나라고 신성일·김진규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겠나. 허장강·박노식 역할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김영삼 청와대에선 이원종 정무수석이 악역을 자처했습니다. 걸핏하면 핏대를 세워 '혈죽(血竹) 선생' 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설에 입을 열었습니다.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

"당 의원들이 지금 상황이 어려우니까 악역을 맡아줘야 한다고 얘기한다"는 겁니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따릅니다. 친윤 색채가 옅은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못박으면서 독주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의원은 친윤 중에서도 핵심 '찐윤'으로 꼽힙니다. 강서 보궐선거 참패 후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가 곧바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공천관리위원까지 지내며 선거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대통령 '20년 지기' 주기환 씨가 비례정당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되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며 총선 막판 당정 충돌에 앞장섰습니다.대통령은 보란 듯 장관급 민생특보를 신설해 주 씨를 임명했습니다.

여당의 참패는, 민심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내린 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도로 친윤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총선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길입니다. 게다가 뼈를 깎는 혁신은커녕 만사태평합니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집권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에게 감히 입조심하라고 했던 이 말. 적나라한 수직적 당정 관계의 상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격언을 비틀었지요. 국민의힘, 과연 아무 일도 없을까요.

4월 29일 앵커칼럼 오늘 '아무 말도 안 하면'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