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앵커칼럼 오늘] 만남 그리고 희망

등록 2024.04.30 21:50

수정 2024.04.30 21:58

포르투갈 소도시 알메이링은 '돌멩이 수프'로 이름났습니다. 갖은 채소와 고기를 넣은 걸쭉한 수프에 돌멩이가 들어 있습니다. 옛날 이 마을에 배고픈 수도사가 찾아들었습니다. 아무도 음식을 나눠주지 않자 돌을 넣은 맹물 수프를 끓였습니다.

뭐냐고 묻는 행인에게 말했습니다. '아주 맛있는 수프인데, 국거리를 조금만 넣으면 더 맛있지요' 사람들이 하나 둘 양념과 채소, 고기를 갖다줬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수프를 온 마을이 즐겼습니다. 낯선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무언가 이뤄낼 수 있다는 일화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여섯 번째 영수회담은 살벌했습니다. "날씨가 좀 춥죠?" "정말 민심도 춥고 경제도 춥고…오늘은 좀 추운 목소리 좀 들려도 별수 없습니다." 이 총재는 회담 중에 고함을 지르다 뛰쳐나왔습니다. "우리 국민들께서도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회담은 일찍이 볼 수 없던 장면으로 시작했습니다. 인사말이 오간 뒤, 나가려던 취재진을 이 대표가 붙잡았습니다. 5천3백 자 원고를 꺼내 15분가량 읽었습니다. 열 가지 사안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가 신기원을 열었던 검찰 출석 풍경을 닮았습니다. 당당하게 원고를 꺼내 검찰을 비난했었지요. 이 대표 발언에는 승자의 오연한 태도가 배어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짧게 인사한 다음, 비공개로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대표가 갑자기 원고를 꺼냈다'고 했습니다.

회담은 의대 증원만 빼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웬만큼 예상됐던 결과입니다. 이 대표도 의제 조율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지요. "다 접어두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회담에 임하는 이 대표의 방점은 어디에 찍혀 있었던 걸까요. 민주당이 모두발언 생중계를 요청했던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양측은 "종종 만나기로 했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총선 민의입니다. 뜻을 모으면 돌멩이 수프도 성찬으로 차려낼 수 있듯 말입니다.

4월 30일 앵커칼럼 오늘 '만남 그리고 희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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