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퍼레이드

여자친구 살해한 명문대 의대생…왜 '건물 옥상'이었나?

등록 2024.05.10 09:05

수정 2024.05.11 10:31

[앵커]
매주 금요일, 이번 한주 핫했던 사건 이슈를 짚어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오늘 주제는 뭡니까? 

[기자]
"왜 건물 옥상이었나"입니다.

[앵커]
이별살인 얘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이었습니다. 명문대 의대생인 25살 최모 씨, 여자친구의 이별통보에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최씨를 구속했습니다. 구속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온 최 씨,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모 씨 / 여자친구 살해범(그제)
"(헤어지자는 말 듣고 살인 계획하신 겁니까?) … (일부러 급소 노린 겁니까?) … (유족에게 할 말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앵커]
"일부러 급소를 노렸냐"는 취재진 질문이 있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피의자는 의대생입니다. 그런데 숨진 여성의 시신에서 급소를 여러차례 공격당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최씨가 자신의 의학 지식을 범행에 악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조사에선 이 남성이 범행 2시간 전, 자신이 사는 경기도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앵커]
결국 계획된 범행이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흉기 외에도 옷가지를 미리 준비해서 범행 후에 갈아입는 등 사건을 숨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범행 장소가 '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강남 도심 한복판이었냐입니다. 전문가는 '옥상'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윤호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높은 공간이라서 피해여성이 도망할 수가 없어서 자신이 계획했던 범죄행위를 쉽게 수행할 수 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자해의 위협을 가해서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시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도록 일종의 심리적 지배나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장소이죠."


실제 최씨는 범행 후에 투신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구조됐는데, 파출소로 이동한 뒤에도 범행 사실은 숨겼습니다. 부모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소지품을 옥상에 두고 왔다"고 말했고, 경찰이 다시 가보니, 건물 옥상 사각지대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주변엔 범행 당시 입었던 최씨의 옷과 흉기가 든 가방도 함께 있었습니다. 경찰은 오늘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서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앵커]
계획범죄에 수법도 잔혹했어요. 신상공개는 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 의사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최씨와 피해여성, 한때 연인관계이지 않았습니까? 최 씨의 신상이 공개되면 피해자의 신원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족 측이 최씨의 신상공개를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도 그렇지만, 연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요.

[기자]
최근 사례로 보면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여성의 어머니까지 다치게 한 26살 김레아가 대표적입니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얼굴을 촬영한 일명 '머스샷'이 처음으로 '강제공개' 되기도 했는데, 교제 폭력 신고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만 4000명 가까이 됩니다. 3년 전에 비해서 55% 넘게 증가한 건데, 하루 평균 38건의 교제폭력이 발생한 셈이고요, 신고건수는 더 많아서 2020년 4만 9000건에서 지난해엔 7만 7000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앵커]
수치만 봐도 상당히 심각한데, 막을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이 만 4000명에 달하는 반면에 구속수사를 받은 피의자는 310명에 불과했습니다. 100명 중 2명만 구속된 셈인데, 교제폭력의 경우엔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관련법이 없어서 통상 폭행죄가 적용되기 때문인데, 가해자 분리조치가 가능하게 하는 등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으로 교제폭력도 가정폭력과 같이 보호를 받을 수 있고요, 영국은 2014년에 만들어진 클레어법에 따라서 교제 상대의 폭력 전과까지 조회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있어선 안 될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더이상은 이런 일이 없도록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최 차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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