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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겁니까?

등록 2022.01.17 21:52

수정 2022.01.17 21:57

"맹이야 꽁이야, 맹이야 꽁이야…"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맹꽁이가 흔했습니다. 한 놈이 '맹' 하면 옆에 있는 놈이 '꽁' 하고 화답하며 돌림노래 부르듯 울어서, 맹꽁이라는 이름을 얻었지요.

몸이 작으면서 통통하고 목은 짧은 게 굼뜨게 기어갑니다. 그래서 말이 안 통하는 답답한 사람을 맹꽁이라고 합니다.

민요 '맹꽁이 타령'은 구한말 혼란스럽던 인간 세상을 풍자합니다. 서로 뒤엉켜 울어대는 난장판에서, 밑에 깔린 맹꽁이가 "이놈, 염치없이 누르지 마라"고 삿대질합니다. 위쪽 맹꽁이는 "요놈, 군말이 많다"며 찍어 누르지요 .

요즘 세상에 흔한 드잡이질이어서 시인은 맹꽁이보다 답답하고 천박한 게 사람이라고 꼬집습니다.

"맹, 꽁 소리만 내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한가요"

공영방송 MBC의 김건희 씨 통화 녹취 방송을 보고 저는 우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거판이 이제는 이런 수준까지 왔구나.

법원은 사회-정치 이슈에 관한 김 씨의 견해는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며 MBC에 제한적 방송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방송 내용이 과연 국민이 알아야 할 중대한 공적 사안인지, 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저 역시 권력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걸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해 왔습니다.

때문에 방송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방송국을 찾아가 소란을 피운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 나니 이게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김 씨의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본인이 한 말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모르고 무려 8시간 가까이 이런 대화를 나눴다면 그것만으로 중대한 하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장대로 김 씨가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결코 정당한 취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자가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대목도 적지 않고, 녹취 파일을 다른 매체에 제공해 방송케 한 것 역시 기자 윤리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지요.

언론 자유는 정치적 유불리로 재단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 역시 내로남불의 위선적 행태를 보인 점은 없는지 성찰이 필요합니다.

선거전은 사람들을 감정의 난장판으로 끌어들여, 진짜 쟁점에 대한 관심을 흐트러뜨리고,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마비시킵니다.

과거 미 대선에서 오바마와 맞붙었던 매케인은 누군가 오바마의 혈통을 문제 삼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바마는 점잖은 가정의 훌륭한 미국 시민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런 대선 풍경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번 생엔 어렵겠다는 절망감이 갈수록 커지는 요즈음입니다.

1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겁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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