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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칼럼 오늘] 하늘은 높고 높다

등록 2024.04.19 21:51

수정 2024.04.19 21:56

"나는 웰링턴의 시체를 놓고 평화를 논할 거야. 그게 내 협상 테이블이야."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를 끝까지 밀어붙이다 도리어 벼랑 끝에 섭니다. 영국 웰링턴 공작이 프랑스군을 전멸한 뒤 탄식합니다.

"패배한 전투는 제쳐놓고, 가장 슬픈 건 승리한 전투이다."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뒤엔 한 여인이 찬양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큰 승리만큼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워털루, 난 졌어요. 당신은 이겼고요. 워털루, 영원토록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해요…"

그룹 아바는, 사랑의 전쟁에서 사로잡힌 마음을 워털루 패전에 비유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패자의 넋두리도 노래했습니다.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지. 패자는 그저 추락할 뿐."

민주당이 다시 입법 폭주를 시작했습니다. 새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다섯 법안을 단독 처리해 본회의에 넘겼습니다. 그중 두 개에 드는 세금만 해마다 2조 7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노란봉투법, 공영방송을 전유물처럼 만드는 방송3법도 처리하겠답니다. 모두 거대 여당 때는 부작용 때문에 추진하지 않았던 법안들입니다.

민심이 등을 돌린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심산일까요.

국회 상임위도 독식할 태세입니다. 원 구성 협상은 의석 수를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나눠 왔습니다.

하지만 과반으로 밀어붙이면 속수무책입니다. 지난 전반기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지요.

첨예하게 맞서는 법사위는 권한을 분리하자고 김진표 의장이 제안하자, 강성 지지자들이 야단이 났습니다.

'악질 수박이 헛짓거리를 한다.'

국민이 준 압도적 의석이, 국회를 민주당 소유로 하라는 면허증은 아닐 겁니다. 머릿수에 편법, 꼼수까지 갖은 입법 농단을 하다 정권을 잃은 게 누구였던가요.

나폴레옹은 나락에 떨어진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승리의 순간에 있다.'

지금 민주당 귀에 도통 들릴 것 같지 않습니다만 영국 속담 하나 더합니다. '승리하고도 스스로 삼가면, 다음 싸움도 이긴다.'

4월 19일 앵커칼럼 오늘 '하늘은 높고 높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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