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일상의 공포

등록 2019.04.18 21:43

수정 2019.04.18 21:50

최불암씨가 털털하면서도 예리한 형사반장을 연기했던 '수사반장', 지금도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서 내보낸 특집 '1980년대 주요 사건' 가운데 '카바레 요구르트 살인'이 있었습니다. 1983년 서울 어느 카바레 여종업원이 화장실 거울 앞에 놓여 있던 유산균 음료를 마시고 숨진 사건이지요. 마개가 닫힌 음료에 독극물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신종 살인사건에 당황한 경찰은 "자살하러 왔던 사람이 두고 갔을 것"이라고 추리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같은 곳에서 같은 독극물 음료가 발견됐고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우리 주변에서 처음 주목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범죄를 법률 용어로 '개괄적 고의' 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군중을 향해 총을 난사해 아무나 살해하는 식이지요. 세상이 복잡하고 각박해지면서 이제 묻지마 범죄는 거리와 카페를 거쳐 마지막 안식처 집까지 덮쳤습니다.

그래서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와 내 가족이 괴물에게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일상의 공포를 퍼뜨렸습니다.

범인이 앓았다는 조현병은 원래 이름이 정신분열증 이었습니다. 듣기에 험악하다고 해서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듯 치료하자는 뜻을 담아 조현병으로 바꿨지요. 환자의 인권을 배려하는 개명이었습니다만, 진주 아파트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우범자를 너무 느슨하게 대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국민을 더욱 두렵게 만든 것은 경찰입니다. 범인의 난동을 일곱 차례나 신고 받고도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경찰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민생 치안이 존재 이유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그런 경찰이 지금 엉뚱한 데 한눈을 팔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선량한 이웃들이 애꿎게 당한 재앙은 이번에도 인재(人災)였고, 더 구체적으로는 관청의 관재(官災)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4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일상의 공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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