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등록 2019.04.29 16:00

수정 2019.04.29 16:05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한류스타 박유천 유치감 입감


■ 한류스타 박유천의 구속
 

4월 26일 저녁 8시 26분

기자의 휴대전화로 마지막 문자가 왔습니다.

"경기남부청, 박유천 구속영장 발부 알림"

불과 몇주전까지 'A씨' '박모씨'로 불리던 한류스타 박유천씨가 구속됐습니다. 2주전까지 그의 전 약혼녀인 황하나씨가 머물며 조사를 받다간 유치장에 박유천씨도 들어간 겁니다.

박유천씨는 사실 마약 전과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마약에 대한 처벌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반성하는 초범들에게는 '경범죄' 수준의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같은 혐의로 같은 판사에게 재판을 받은 방송인 로버트 할리는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까지 연 박유천씨. 결국은 그 기자회견이 구속의 시작이였습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공범 황하나 긴급체포


■ 황모 씨의 긴급체포


4월 4일 오후 2시 21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첫 문자가 왔습니다.

"경기남부청, 황모 씨 마약 혐의 체포영장 집행"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서울대 병원에서 긴급체포 됐습니다. 문자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은 "재벌 외손녀가 뭐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왜 뜬금없이 지금 그녀를 잡을까?" 였습니다. 황하나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끊임없이 마약 투약으로 수사를 받던 인물입니다. 버닝썬으로 시끄러운 시국에 경찰이 왜 갑자기 그녀를 잡았는지 정말 '물타기'를 위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경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차례 물었지만 신통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추가 수사할 부분들이 많다" 정도만 이야기하며 말을 아꼈습니다. 그때 갑자기 연예인 A씨가 등장했습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공범 황하나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


■ 연예인 A씨의 등장


4월 6일 오후 6시 59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옵니다.

"경기남부청, 황모씨 마약 투약 구속영장 발부 알림"

황하나씨가 구속됐습니다. 그날 저녁 바로 그녀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연예인 A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경찰은 황하나씨를 체포하기 전에 이미 박유천씨의 마약 거래 정황을 제보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유천씨가 마약상과 비밀 메신저를 사용해 대화를 나눈 내역을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겁니다. 그리고 메신저에 나온 마약 거래 시간에 박유천씨가 은행 ATM에서 돈을 입금하는 CCTV도 확보합니다.

경찰은 박유천씨의 공범인 황하나씨를 먼저 구속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박유천과 함께 마약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합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당시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A씨가 박유천씨냐?"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절대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논란의 박유천 기자회견


■ 연예인 A씨 "성실히 조사 받겠다"


4월 10일 오후 7시 8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A씨를 박유천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문자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연예인 A씨가 누구인지 밝힌적도 없습니다. 다만 박유천씨가 자진 출석한다면 그 입장을 들어 볼 예정입니다."

박유천씨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경찰이 처음으로 '박유천'이라는 이름을 언급합니다.

이 당시 기자가 "박유천씨 체포영장을 신청해서 소환하냐"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 A씨가 자진 출석하니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당시 기자가 "박유천씨"라 질문하면 경찰은 "연예인 A씨"라고 답을 주는 웃지 못할 촌극이 계속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박유천씨 기자회견 전에 이미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 했습니다. 마약 거래 정황이 담긴 CCTV를 근거로 박유천씨를 체포 한 뒤 수사를 할 계획이였습니다. 하지만 박유천씨가 먼저 나서서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기자회견을 했고 결국 검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서 체포영장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박유천씨는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경찰은 박유천씨가 기자회견 뒤에 머리색을 바꿨고 제모도 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이때 박유천씨는 안심하지 않았을까요? '마약 안 걸릴 수 있다!'고... 하지만 마약은 반드시 걸립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경찰, 박유천 집·차량 압수수색


■ A씨 압수수색


4월 16일 오전 9시 4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또 홍길동 문자가 옵니다.

"경찰은 9시부터 연예인 A씨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 발부받아 집행 중"

경찰은 박유천씨 집에서 마약 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휴대전화는 없었고 박유천씨는 다른 휴대전화만 제출합니다.

박유천씨는 또 눈썹과 다리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모를 한 상태였습니다. 다리털은 보통 마약 검사가 잘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머리도 탈색했습니다. 박유천씨가 스스로 경찰에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을 보여준겁니다. 경찰은 박유천씨의 머리카락과 다리털을 뽑아 국과수로 보냅니다.

기자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본 박유천씨의 집은 한강변에 고급 단독주택이였습니다. 정말 "평생 한번이라도 소유해 봤으면"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집이였습니다. 경찰은 그 집 앞에 있던 고급차량 2대도 압수수색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사실 그 집과 차량은 모두 박유천씨 소유가 아닌 소속사 소유라고 합니다. '박유천씨 무죄 주장'을 끝까지 믿어주던 이 소속사. 박유천씨의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당일 그와 전속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박유천 머리색 변화


■ 박모씨 마약 감정 의뢰


4월 16일 오후 4시 33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연예인 A씨가 박모씨로 바뀐 것을 알려주는 문자가 옵니다.

"박모씨의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박유천씨의 간이 마약 검사 결과는 음성이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제모 등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한 뒤 박유천씨의 혐의를 확신한 것인지 이제 연예인 A씨를 박모씨로 바꿔부릅니다. 박유천씨는 간이 검사 결과를 받고 안심한 듯 새로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마약을 한 적 없다"는 주장을 더욱 자주 기자들에게 보냅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박유천씨의 마약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보낼 예정이였습니다. 박유천씨가 혼자 마약을 구매하는 영상은 물론 황하나씨와 함께 구입하는 영상 등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너무 많아서 몇개인지도 모르겠다" 설명합니다.

마약 사건은 꼭 마약 양성 반응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공범의 증언과 다수의 정황 증거로 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유천씨가 공들인 '정밀 마약검사 음성'이 나왔어도 대세는 변하지 않았을겁니다. 그래서 마약은 반드시 걸리는 겁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박유천 1차 경찰조사 종료


■ 박유천 1차 조사 종료


4월 17일 오후 6시 57분

기자의 휴대전화에 드디어 '박유천을 박유천'이라 부르는 문자가 옵니다.

"박유천씨가 피로를 호소하여 조사를 종료했다"

심야 조사까지 예정됐던 박유천씨가 돌연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차라리 다음에 더 나와 조사받겠다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보통 유명 피의자들은 포토라인에 대한 부담으로 한차례 오래 조사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박유천씨는 무언가 홀린 표정으로 이른시간에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비공개 2, 3차 조사 때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경찰은 1차 조사에서 "마약을 한적 없다"는 박유천씨에게 CCTV 영상을 보여주며 집중 추궁합니다. 박유천씨는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부분 "황하나 때문에 생긴 일이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사실 밖에서는 박유천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크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박유천씨는 다수의 증거 앞에서 인정보다는 부인을 택했습니다. 법원에서는 보통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 사람이 죄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서 곧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합니다. 결국 박유천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도주 할 수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겁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박유천 2·3차 비공개 소환


■ 박유천 구속영장 청구


4월 23일 오전 11시 51분

"경찰, 마약 투약혐의 박유천 전격 구속영장 신청"

이제는 기자의 휴대전화에 경찰의 문자가 오지 않게 됩니다. 대신 연합뉴스에 '박유천 구속영장 신청' 속보가 나옵니다. 황하나씨와 대질신문 가능성이 보도되던 때 갑자기 경찰이 박유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겁니다. 박유천씨가 믿었던 '마약 정밀 검사' 결과도 양성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제모와 염색 휴대폰 감추기는 '증거 인멸'의 정황으로 "마약 투약한 적 없다"는 기자회견은 '도주 우려'의 정황으로 되돌아온 겁니다.

이 당시 경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답을 잘 주지 않았습니다. "연예게를 은퇴한 박유천씨의 신병 비관이 걱정됐기" 때문이랍니다. 검찰도 경찰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보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박유천 구속영장 발부 중계


■ 박유천 구속영장 발부


4월 26일 저녁 8시 21분

"박유천 구속영장 발부 알림"

박유천씨는 다행이 건강하게 법원에 출석했고 저녁에 구속됐습니다. 기자는 구속영장 발부 당시 그가 수감돼 있는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 앞에서 생중계를 준비중이였습니다. 기사는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예상하고 써놓은 상태였습니다. 박유천씨 본인이 보여준 '증거인멸' '도주우려' 정황으로 구속되는 것이 확실시 됐기 때문입니다.

박유천씨가 법원에 들어올떄 법원 직원 다수가 구경을 왔습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서입니다. 질문을 하는 기자가 보기에도 그는 광채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염색을 하고 나왔습니다.

재판에 들어가서는 "내몸에 왜 마약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다시 마약 검사를 받게 해달라" "이게 모두 황하나씨 때문이다" 등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판을 받고 나오는 그에게 기자는 수차례 물어봤습니다. "이제 구속되면 더이상 말 할 수도 없게 된다. 차라리 한마디 솔직하게 해달라" 하지만 과거 한류스타 박유천씨는 끝내 아무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후 Talk] A씨→박모씨→박유천…'마약 안 한' 그를 누가 구속시켰나
박유천 구속영장 심사 종료


■ 동갑내기 박유천 취재를 마치며
 

박유천씨에게는 수차례 좀 더 진실된 말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진실된 말이 오히려 자신에 대한 '구속 수사'는 막았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박유천씨 수사는 제보접수 -> 증거확보 -> 소환조사 ->구속까지 논리적으로 빈틈 없이 치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봐도 훌륭해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자가 박유천씨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있던 댓글이 있습니다. '박유천은 됐고 버닝썬이나 써!' 입니다. 하지만 저는 경기남부청을 담당하다 보니 서울청에서 수사하고 있는 버닝썬 기사는 쓰지 못합니다. 대신 그 댓글을 보며 저도 같은 의문은 들었습니다.

"경찰 최고 엘리트가 모여있다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사력이 부족한 것일까?" "버닝썬 수사를 이번 박유천씨를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 수사대에 맡기면 되나?"

/ 주원진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