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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스카이 캐슬'의 비극?…숙명여고 사건이 남긴 '숙제'

등록 2019.05.23 21:24

수정 2019.05.23 21:49

[앵커]
아버지의 부정행위는 1심에서 중형으로 선고됐지만, 이번 숙명여고 사건은 대한민국의 과열 입시 경쟁이 낳은 비극이라는 점에서 사건을 돌아본다면, 과제가 남습니다. 입시전쟁 속 학부모와 학생들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또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는지, 숙명여고 사건이 남긴 숙제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같은 학교 쌍둥이의 성적이 동시에 너무 오른게 수상했습니다.

문과인 언니가 전교 121등에서 5등이 되더니 1등, 이과인 동생도 59등에서 2등, 다음에 1등으로 뛴 것입니다. 같은 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 의혹이 쏠리는건 시간 문제.

TV조선 취재진을 만난 아버지는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해 잡아뗐습니다.

현모씨 / '쌍둥이 아버지' 숙명여고 교무부장 (지난해 8월)
"로또 확률이다 이런 식의 표현을 하시는데요,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저도 미지수지요."

하지만 쏟아지는 증거들은 퍼즐처럼 맞춰졌죠.

쌍둥이들의 메모지에 빼곡히 적힌 숫자들이 시험지 구석에서도 발견됐습니다. 미리 외운 정답을 옮겨적은 정황입니다. 집에선 전과목 정답이 적힌 메모지 뭉치가 나왔고, 물리 시험지는 문제 푼 흔적없이 정답만 적혔습니다. 답안지를 교무실 금고에 보관한 날, 아버지는 홀로 야근도 했습니다.

진점옥 /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지난해 11월)
"(아버지가)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들이 결정적인 증거가."

정답이 바뀐 5개 문제에 대해, 쌍둥이들은 오답도 똑같이 적어냈습니다. 5개 문제를 똑같이 틀릴 확률은 0.0042%.

이 기막힌 일에 분노한 학부모들은 학교로,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숙명여고정상화를위한비대위' 집회(지난해 11월)
"숙명여고 내신비리 전원 구속 수사하라"

숙명여고 학부모 (지난해 9월)
"아이들이 피똥을 싸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게 애를 쓰는데 누군가는 같은 학교에 부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신 1점에 대학 간판이 달라지는 입시 현장. 학부모는 내 아이가 받을 피해에 발을 구릅니다.

숙명여고 학부모 (지난해 9월)
"2등급 받을 수 있는 아이가 1등이 밀려서 3등급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가는 대학의 진학의 레벨이 달라지거든요."

숙명여고만의 일일까요. 교육부 조사 결과 시험지 유출 사건은 전국 고교에서 4년간 13건 발생했습니다. 교육부는 시험 관련 시설에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내신 성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시 위주 대입제도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정시보다 수시로 뽑는 학생수가 크게 늘면서 내신 성적과 학생부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내신 비리의 유혹이 근절되기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쌍둥이들은 퇴학을 당하고, 학교 대신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신세가 됐죠. 아버지의 삐뚤어진 사랑이 딸들 인생마저 발목잡은 겁니다.

무엇보다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세 부녀의 모습은 우리 입시제도의 삭막한 현주소를 드러냅니다.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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