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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등록 2019.06.14 09:45

수정 2019.06.14 10:31

[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고유정의 마지막 포토라인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
고유정은 지난 12일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보통 경찰에서 수사받는 피의자는 이 순간이 마지막 포토라인입니다. 고유정의 범행에 목숨을 잃은 전 남편의 유가족들은 절규했습니다.

"야! 얼굴 들어!"

하지만 유족의 절규는 경찰 통제선에 막혀 메아리로만 울려펴졌습니다. 고유정은 끝까지 머리카락과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고개숙인 고유정. 현재 무용지물이 된 범죄인 신상공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사실 처음도 아니였습니다. 지난 3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죽인 김다운. 그도 역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수리'만 공개됐습니다. 다행이 김다운이 나오는 순간 잠깐 얼굴을 든 것을 TV조선 카메라가 단독 포착했습니다. 덕분에 얼굴이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그때 포착하지 못했다면 '얼굴 공개'가 결정됐던 김다운의 얼굴을 우리는 볼 수 없었을겁니다.

 

[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고유정 '꼼수' 얼굴공개


■고유정의 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지난 7일 고유정의 얼굴이 공개됐습니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나오는 장면이 포착된겁니다. 영상을 보면 고유정은 카메라를 멍하게 응시합니다. 포토라인 2차례. 기를 쓰고 고개를 숙였던 고유정은 왜 저 당시만 얼굴을 들었던걸까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고유정이 기를 쓰고 카메라를 피하자 경찰은 고민에 빠집니다. '얼굴 공개'를 결정했는데 막상 고유정이 얼굴이 공개되길 거부한겁니다.

그러자 묘안을 냅니다. 기자단에 말해 조를 짜서 1명 씩만 조사실 앞을 지키게 한겁니다. 카메라도 큰 카메라가 아닌 고유정이 눈치 못챌 조그만한 '고프로'만 들고 있게 했습니다. 마치 경찰 직원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 녹화용으로 들고 있는 것 같이 꾸민겁니다. 경찰의 묘안은 적중했고 고유정은 속았습니다. 고유정은 취재진이라 생각을 못하고 고프로를 응시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보게된 고유정의 영상은 화질이 좋지 못한겁니다. 경찰의 뛰어난 '묘안'(?)으로 다행히 고유정의 얼굴은 공개됐습니다.

 

[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강서구 PC방 살인범 김성수


■얼굴을 강제로 들게 해야하나?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 김성수. 지난 4월 진주 방화사건의 범인 안인득. 다행히 문제는 없었습니다. 본인들이 얼굴을 들고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얼굴공개에 두사람은 '동의' 했고 그래서 공개가 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고유정과 김다운 같이 본인이 얼굴 공개를 '거부'하면 답이 없는 상황인겁니다. 고유정이 나올때 잘 보면 오른쪽 기자가 머리카락을 자꾸 치워보려 합니다. 하지만 고유정은 더 고개를 숙였습니다. 목에 '깁스'를 채워 내보낼까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그만입니다. 인권 국가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적절치도 않은 해법입니다.

 

[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고유정 지난달 29일 '방진복' 구입 영상


■신상공개법에 신상공개 '방법'은 없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면 흉악범의 신상을 경찰 혹은 검찰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결정합니다. 하지만 법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공개 할 수 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를테면 "피의자가 얼굴을 가릴 시 조사 장면을 녹화해서 공개한다" "피의자가 수감 당시 찍는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의 은어)을 공개한다" 식으로 정확한 법조문이 있다면 지금 문제가 줄어들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규정이 없다보니 수사기관이 괜히 강제 적인 방법으로 공개를 했다가 역으로 피의자에게 손해배상 소송 등을 당할 수 있어 조심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고유정 때처럼 '묘수' 혹은 '꼼수'를 쓰게 되는겁니다. 이건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피의자가 모자와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하는 '소극적' 공개밖에 못하는겁니다.

 

[취재후 Talk] 끝까지 고개숙인 고유정…얼굴은 어떻게 공개됐나
TV조선 최정호 기자 단독 포착 김다운 얼굴


■'꼼수' 아닌 '법'으로 공개하자
비슷한 예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보편화된 '전자발찌' 도입 초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엔 반발이 있었습니다. 범죄자의 '인권이 탄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겁니다. 그래서 법원이 전자 발찌 착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신상공개도 마찬가지 방법을 적용하면 어떨까요? 피의자의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청구하면 "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지 말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겁니다. 법원이 "어떤 방법으로 공개할지"도 정해주는겁니다.

그러면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걱정이 줄어듭니다. 법원이 자기들이 '공개'를 정해줘 놓고선 반대쪽에선 손해배상 소송을 받아주진 않을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입으로 두말 못합니다. 물론 입법부의 법개정이 필요하겠지요? 이왕 공개하기로 한 흉악범의 얼굴. 꼼수가 아닌 '법'에 의해 공개됐으면 합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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