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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마지막 향하는' 김연경…그녀가 내린 한국배구 토양

등록 2019.07.19 15:45

수정 2019.07.19 15:52

[취재후 Talk] '마지막 향하는' 김연경…그녀가 내린 한국배구 토양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18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연경, 라바리니 감독 선임 후 부담 내려놔
'3번째 출전' 올림픽 예선전 티켓 획득 목표
다음달 2~4일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와 격돌 

김연경(엑자시바시)은 한결 밝아보였다. 진지함 속에 여유도 묻어나왔고, 그녀가 짊어졌던 한국배구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덜어낸 듯 보였다.

김연경은 다음달 2일부터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예선전 출전을 위해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강력한 스파이크에다가 기본기에서 나오는 리시브 능력도 여전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는 거침 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들었다 놓았다.

 

[취재후 Talk] '마지막 향하는' 김연경…그녀가 내린 한국배구 토양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18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쓴소리'를 내려놓다

기자회견 초반, 대표팀 분위기와 라바리니호의 전술을 쉽게 풀어 설명했던 김연경은 '세계배구의 성장과 한국배구'라는 질문을 받고 숨을 골랐다.

해외 생활 10년차. 대표팀을 향한 사명감이야 굳이 말할 필요 없었지만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우리 배구가 기술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미래가 괜찮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토로했다.

누군가 쓴소리를 해야했다. 그 역할은 언제나 '에이스' 김연경의 몫이었다. 그탓에 김연경은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였고, 잔소리꾼이었다. 절친한 사이인 양효진(현대건설)도 "연경 언니의 잔소리가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대한배구협회에도 김연경은 껄끄러운 존재였다. 김연경은 대표팀 성적과 흥행을 도맡는 절대적인 위치였지만 '잦은 쓴소리'로 협회를 곤경에 몰아넣기도 했다. '김치찌개 회식'으로 논란이 됐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뒷풀이, 부실한 지원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2016년 리우올림픽, 이듬해 비행기 좌석 논란 등, 협회는 그때마다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

 

[취재후 Talk] '마지막 향하는' 김연경…그녀가 내린 한국배구 토양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18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동료 선수인 이재영, 양효진 선수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연경이 내린 토양…마지막을 향하다

그랬던 김연경이 희망을 얘기했다.

김연경은 "협회에서 훌륭한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모셔왔다. 라바리니 감독님은 디테일에 정말 강하다. 어린 선수들한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후배들이 훈련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게 참 오랜만인 거 같다"고 웃어보였다.

'센 언니' 김연경이 부드러워졌다, 잔소리가 줄었다는 평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시치미를 잡아떼면서도 "라바리니 감독님이 말이 많다. 나보다 더하다. 내가 잔소리할 시간과 공간이 사라졌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하지만 그 말의 참 뜻은 '고독했던' 김연경이 그간의 짐을 덜어냈다는 의미로 읽힌다.

4번의 아시안게임과 3번째를 맞는 올림픽 예선. 10년을 훌쩍 넘은 대표팀 생활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간다. 아직 본선 진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아 말에는 신중함이 묻어났지만 그 끝은 올림픽 메달이었다. "올림픽 메달이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이죠. 책임감과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예선전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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