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일갈등에 대한 어떤 셈법

등록 2019.08.01 21:45

수정 2019.08.01 21:55

1980년 '서울의 봄'이 오자 김대중 신민당 고문의 동교동 집에 기자 100여 명이 몰렸습니다. 플래시 세례 속에 동교동계 정치인 스무 명쯤이 김 고문을 병풍처럼 에워쌌습니다. 당시 사진기자는 "정치인들이 한 시간 회견 내내 돌부처처럼 서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촬영 구도에 귀신같이 끼는 국회의원을 '꼭끼오'라고 부릅니다. '꼭 끼어든다'는 뜻이지요. 어느 정치인은 보스에게 귀엣말 하는 사진이 자주 찍혔는데 알고 보니 "식사하셨습니까" 였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얼굴을 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선거 때문입니다. 

민주당 두뇌집단 민주연구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린 대외비 보고서도 "모든 길은 선거로 통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연구원은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최근 한일관계와 관련해서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추어 총선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에 민주당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적다"고도 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혹시라도 선거를 앞두고 한국을 때려 표를 얻겠다는 심산이라면…" 일본이 거꾸로 우리에게 이런 의심을 들이댄다 해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듯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은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입니다. 그래서 의병을 일으키자는 여당 의원, 죽창가를 들먹이며 친일 반일 편가르기 하던 청와대 수석의 언행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내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즉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동맹국 가운데서는 처음이라고 하지요. 그렇게 되면 한일간에 양보 없는 경제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또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이런 중차대한 현실을 표로 계산하는 문서를 은밀히 돌려보는 집권당 풍경을 어떻게 봐야 하겠습니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라는 말이 있지요.

8월 1일 앵커의 시선은 '한일갈등에 대한 어떤 셈법'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