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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베의 경제 침략

등록 2019.08.02 21:48

수정 2019.08.02 21:57

물가에 사는 새 가마우지는 잡은 물고기를 입에서 토해 새끼에게 먹입니다. 그걸 보고 옛날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생각해낸 낚시법이 있습니다. 가마우지의 목을 올가미로 묶어 삼키지 못하게 해놓고 목에 걸린 물고기를 가로채는 것이지요.

30년 전 일본 어느 경제평론가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한국 경제를 가리켜 '가마우지 경제' 라고 했습니다. 일본산 핵심 부품과 소재라는 목줄에 묶여, 물고기라는 완제품을 잡아도, 곧바로 일본이라는 어부에게 갖다 바친다는 얘기입니다. 조롱 섞인 시각이었지만 우리에겐 두고두고 뼈아픈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요.

그런데 아베 일본 총리가 한국 경제를 향해 전면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 원칙"을 천명한 지 불과 두 달 만입니다. 그랬던 그가 정치외교 문제를 통상에 끌어들여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뒤흔들려 하고 있습니다. 중일 영토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끊었던 치사한 수법을 50년 무역 파트너에게 써먹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분업구조를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이익과 혜택을 서로 주고받는 윈윈 관계였습니다. 이제 아베 정부의 공격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산업까지 도미노처럼 충격이 번져갈 겁니다. 그리고 결국 일본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가겠지요. 그래서 세계 언론도 아베 정부에게 "글로벌 IT 생태계를 교란하지 말고 어리석은 무역전쟁에서 빠져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어제도 독일은 2차대전 때 나치에 희생된 폴란드 국민 위령탑에 외교장관을 보내 용서를 빌었습니다. 70년이 넘도록 끝없이 사죄하는 독일을 보며 우리 국민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베 총리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뒤늦게라도 칼을 거두기 바랍니다.

우리 역시 적개심만으로는 이 경제적 외교적 난국을 돌파할 수가 없습니다. 차가운 이성과 냉철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길게 보고 스스로 강해지는 것만이 나라의 위엄을 지키는 길입니다.

8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아베의 경제 침략'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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