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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다시 키우려면 1~3년…농가 '돼지열병=폐업' 공포

등록 2019.09.18 21:27

수정 2019.09.18 21:52

[앵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양돈농장 농민들에게 공포인 이유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데다 폐사율이 100%라는 점도 물론 무섭지만 돼지가 죽은 뒤에도 바이러스는 여러해 동안 살아남아 언제든지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돼지열병이 돌면 양돈 눙민들은 사실상 농장을 아예 접어야 해 밤잠을 설치며 방역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오늘의 포커스입니다.

 

[리포트]
한 여름 뻘뻘 흘린 땀으로 키워낸 돼지들... 단 한 마리라도 열병에 걸리면, 하루 아침에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농민들은 밤잠을 설쳤습니다.

양봉규 / 양돈 농장주(충남 홍성)
"아...우리도 큰일났구나. 무너졌구나. 우리나라만은 아니기를 바랐는데 무너졌구나..."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무서운 병... 특별히 돼지를 지킬 방법도 없습니다.

이 모 씨 / 양돈 농장주(충남)
"내려오면 이제 막을 방법이 없어요. 소독도 검증이 됐네 안됐네 그런말도 많고. 일단 차단방역을 잘해서 안 내려오기만을 바래야죠 뭐."

김달호 기자
"양돈농가는 외부인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방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돼지열병에 느끼는 두려움은 구제역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나가고 난 뒤 '재입식', 즉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게 되려면 1년에서 3년을 기다려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동진 / 대한양돈협회 홍성지부장
"살처분하게되면 기본적으로 3년이나 5년 가까이 재입식이 상당히 좀 지연될 가능성."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람이 먹어도 위에서 사멸돼 전염되진 않지만, 다진 고기 상태에선 105일, 말린 고기에선 300일이나 살아있고, 냉동 상태에서는 무려 1000일 동안이나 생존해, 언제든 다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이를 악물고 버티면 됐던 구제역과는 달리, 1년 넘게 아무 벌이도 없이 살 순 없으니...농민들에게 '돼지열병 발생'은 곧 '폐업'의 공포로 다가오는 겁니다.

양봉규 / 양돈농장주(충남 홍성)
"(은행 빚이) 몇억씩이나 된단 말이요. 대출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동물이 없어진다고 그러면 돈 나오는 구멍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폐업을 해야 되는 거죠."

1960년대 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완전히 병을 몰아내는데 30년이 넘게 걸렸죠. 돼지열병이 장기화하면, 돼지고기값 급등의 우려도 커집니다.

지난해 4월부터 돼지열병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서는 사육 돼지가 1억 마리 넘게 줄어, 지난달 돼기고기 값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등했죠. 이에 지난달 중국의 한 대형 할인점에선 돼지고기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정부는 현재 돼지고기 공급량이 넉넉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전국 최대 양돈 농가 밀집 지역인 충청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농민도 소비자들도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뉴스9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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