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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개혁

등록 2019.09.29 19:44

수정 2019.09.29 19:52

고려말 승려 신돈은 원래 특권을 거부하는 개혁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왕의 신임에 첩까지 거느리며 권세를 휘두르다 결국 참수돼 요승으로 기록되죠. 개혁의 정당성과 성공은 초심을 지키며 삼가는데서 출발합니다.

조국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개혁"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버텨서 개혁을 이루겠다는 비장함이 묻어납니다. 그렇다면 조 장관이 꿈꾸는 검찰 개혁은 과연 뭘까요. 조 장관은 취임 첫날 민변 출신들을 검찰개혁단에 포진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검사들과의 대화'를 개혁행보로 포장했습니다. 또 아내의 건강이 염려된다며 압수수색을 나온 검찰과 통화를 하기도 했죠.

권익위는 조 장관의 업무가 계속되면 부인 수사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 장관의 하루하루를 개혁이 아니라 장관과 피의자 사이의 이해충돌로 본 겁니다.

그가 그리는 검찰 개혁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특정 정파로부터의 독립이라면 그건 개혁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개악일 뿐입니다. 그런 개혁엔 당사자인 검찰도 동의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 검사는 "조 장관이 개혁을 말하는 건 유승준이 국민에게 군대 가라는 것과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초심이 지켜진다면 많은 국민은 이 정부의 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던 검찰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권에 물든 조국식 개혁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순 없습니다. 지금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는 건 조 장관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적지 않은 국민이 아닐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개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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