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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R의 공포, D의 공포

등록 2019.10.01 21:49

수정 2019.10.01 22:04

"…오늘밤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질 거라네.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할렐루야…"

미국 여성 듀오의 흥겨운 노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입니다. 우리 여성그룹이 불러 귀에 익은 노래이기도 하지요.

재미난 상상이 담긴 가사를 듣고 있자면 돈이 비처럼 내려오는 상상도 해볼 법합니다.

실제로 홍콩 거리에 돈이 쏟아져 내립니다. 로빈 후드를 흉내 낸 가상화폐 사업가가 성탄 선물이라며 3천만원을 뿌린 겁니다. 미국에서는 현금수송차 뒷문이 열려 6억원이 쏟아지기도 했지요. 물가가 떨어져도 이런 돈 비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같은 돈으로 더 좋고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으니까 돈이 쑥쑥 불어나는 셈이지요.

하지만 일시적 착각일 뿐,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경제를 통째로 잡아먹는 괴물입니다. 지난 9월 물가가 작년 9월보다 0.4% 떨어져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8월에도 0.04% 하락했지만 소수점 한자리까지만 따지는 공식 기록이 0%였을 뿐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입니다. 전혀 체험해보지 못했던 물가 하락을 두고 경제당국은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경기침체, 이른바 R의 공포에 이은 디플레이션, D의 공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소는 "경제성장률이 꺾이고 소비 투자 고용 모두가 부진해 물가를 떨어뜨렸다"며 '준디플레이션' 이라고 불렀습니다.

디플레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듭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소비와 구매를 미룹니다.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기업 매출이 줄어 시설과 인력에 투자를 못합니다. 그래서 실업이 늘어나고 소비가 더 감소하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일본이 빠졌던 '잃어버린 20년'이 바로 디플레의 늪이었습니다.

지나친 D의 공포도 곤란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더 더욱 금물입니다. 오늘 나온 수출 통계만 해도 12%가 줄어 열 달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내년에 세계적 경기침체가 온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R의 공포가 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의료사고는 대부분 오진에서 출발합니다. 경제 진단도 마찬가지입니다.

10월 1일 앵커의 시선은 'R의 공포, D의 공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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