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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금강산行…"낙후·남루·너절한 南시설 싹 들어내라"

등록 2019.10.23 16:24

수정 2019.10.23 16:38

北 김정은 금강산行…'낙후·남루·너절한 南시설 싹 들어내라'

/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을 찾은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건축물들이 민족성이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범벅식"이라며 "건물들을 무슨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놓아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할 뿐 아니라 그마저 관리가 안 돼 남루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명산인 금강산에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하는 이런 집들을 몇 동 꾸려놓고 관광을 하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면서 "건설관계자들이 관광봉사 건물들을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건설해 자연경관에 손해를 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며 "땅이 아깝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국력이 여릴 때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남측 정부와 현대그룹 등과 추진한 경제협력 사업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가 포함된 '선임자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우리 땅'에 건설하는 건축물은 마땅히 민족성이 짙은 '우리 식'의 건축이어야 한다"며 "'우리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 창조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를 표명한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 지속 등으로 재개 환경이 조성되지 않자 남측 시설의 전면적인 철거를 직접 지시해 대남·대미 압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참모들도 "공장·기업소 노동자 합숙보다도 못한 건물들이 세계적인 명승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정말 꼴불견"이라며 "철거하고 '우리 식'으로 꾸리는 것이 응당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남과 북의 공유물처럼, 남북관계의 상징·축도처럼 돼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며 "금강산은 피로 쟁취한 '우리의 땅'이며 금강산의 절벽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봉사와 관련한 정책적 지도를 맡은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금강산관광지구 부지를 망탕 떼어주고 문화 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해 경관에 손해를 준 데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에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비로봉 등산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꾸려 이에 따른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을 먼저 작성·심의하고 3~4단계로 갈라 연차별·단계별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 자리에서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비로봉 등산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마다 현대적인 호텔과 여관, 빠넬(패널) 숙소들을 건설하고 골프장도 세계적 수준에서 다시 잘 건설할 데 대한 문제 △고성항 해안관광지구에 항구여객역을 건설하고 항 주변을 봉쇄할 데 대한 문제 △인접군에 관광비행장을 꾸리고 비행장으로부터 관광지구까지 관광전용 열차노선도 새로 건설할 데 대한 문제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는 조건에서 스키장도 건설할 데 대한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건축은 나라와 민족의 문명 정도와 해당 사회의 발전 정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의 하나"라면서 "금강산관광지구에 널려져 있는 너절한 호텔과 빠넬 숙소 봉사시설들을 다 헐어버리고 건물들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을 결합시킨 '우리 나라' 건축 형식의 전형성을 띠면서 발전된 형태로 훌륭히 건설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의 명산을 보러 와서 북한의 건축을 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를 금강산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세계적인 명승지답게 잘 꾸려야 한다"며 "우리의 설계 역량도 튼튼하고 강력한 건설 역량이 있으며 당의 구상과 결심이라면 어떤 난관과 시련도 뚫고 무조건 실현하는 군대와 노동계급이 있기에 금강산에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를 꾸리는 사업은 문제로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금강산 현지지도엔 장금철·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 등 당 간부들과 최선희 외무성 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국장 등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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