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런 정무수석

등록 2019.11.05 21:47

수정 2019.11.05 22:04

"나, 당 대표 이해찬은 절대로 절대로 화를 내거나 버럭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이해찬 대표에게 개그맨 진행자가 서약서를 읽어줍니다.

"이게 뭐예요? 서약까지 해야 돼요?"

그러면서도 못 이긴 척 '버럭 금지 서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잘 아시듯 불통과 호통의 이미지가 강한 정치인입니다.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독설과 실언이 잦아서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 인상이 깐깐한 것은, 살아온 삶의 반영이어서 실없이 분을 바르고 싶지 않다"고 해명하곤 했습니다. 그런 이 대표가 서약서 한 장에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장면은 또 어떻게 봐야 할지요?

"우긴다가 뭐예요, 우긴다가… 내가 증인이야…"

국감장에서는 국회의원이 고함과 삿대질로 증인을 몰아 붙이는게 보통의 풍경이지만 이건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야당 원내대표가 질의를 하는 도중에 뒷줄에 앉아 있던 정무수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반말로 호통을 친 겁니다.

그 동안 국회에서 일어난 험한 모습을 수없이 봐 왔지만 이런 기이한 장면은 처음입니다. 지금 청와대의 분위기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는 어려울 겁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취임 직후 비서관들에게 '참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참모로 산다는 건, 나를 뒤로 하고 더 큰 우리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정무수석이란 자리는 "대통령의 뜻을 국회에 잘 전하고 국회의 민의를 대통령에게 잘 전하는 것" 입니다. 이건 강기정 수석 스스로 한 말입니다. 그래서 흔히, 여의도와 청와대를 오가며 대통령 대신 욕을 먹는 자리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는 거꾸로 대통령을 욕보이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며 출범한 정부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남의 말에 철저히 귀를 닫는 불통의 이미지만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걸핏하면 남 탓에, 세상의 모든 정의를 독차지한 듯한 꾸짖기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청와대 참모들의 막가파식 행동은 또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야당 복은 타고났다"고 했던 박지원 의원이 그래서 이번엔 "측근 복은 없다"고 했나 봅니다.

11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이런 정무수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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