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퍼펙트 스톰, 지소미아

등록 2019.11.15 21:48

수정 2019.11.15 22:08

만선의 꿈을 이루고 돌아가는 청새치잡이 선장 조지 클루니가 초속 50미터 광풍, 높이 30미터 거대한 파도와 맞섭니다.

"덤벼봐, 어서… 덤벼라…"

영화 '퍼펙트 스톰'은 1991년 북대서양을 덮친 '완벽한 폭풍'과 싸우다 스러진 사람들을 그립니다. 퍼펙트 스톰은 백년에 한번쯤 악천후 기단 여러 개가 겹쳐 위력이 극한까지 치솟는 폭풍입니다. 그래서 여러 악재가 동시에 닥치면서 폭발하는 경제 재앙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용어가 2017년 워싱턴에서 한국을 겨냥해 나왔습니다. 외교전문가들이 트럼프 취임에 이은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이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겁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던 외교안보분야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관료들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성명을 낼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한미관계에 퍼펙트 스톰이 다가온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밀어붙일 경우 동맹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재앙 수준의 후폭풍이 닥칠 거라는 얘기입니다. 미 합참의장이 주한미군 주둔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퍼펙트 스톰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가 한일간 문제일 뿐 한미동맹과 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 한미일 삼각협력을 흔들어 미국의 안보를 직접 해친다고 봅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일주일 남기고 오늘 한미안보협의회가 열렸지만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일본이 아무런 성의도 표시하지 않는데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퍼펙트 스톰을 감당할 능력도 있어 보이지가 않습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파기하면서 국익을 위한 결정이며 그쯤으로 흔들릴 한미동맹이 아니라고 장담했습니다. 집권당 싱크탱크가 총선에 한일관계 악화가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조국 사태에 이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곤혹스러운 처지에 섰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장관 한명의 진퇴와는 급이 다른 문제입니다. 망망대해 속의 대한민국 호가 퍼펙트 스톰 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11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퍼펙트 스톰, 지소미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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