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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팬미팅 같았던 국민과의 대화

등록 2019.11.20 21:48

수정 2019.11.20 21:52

"신이 내려와 당신을 심판할 것이다!"

미국 어느 공개토론회에서 발언을 제지당한 시민이 토론을 주재하는 상원의원에게 고함을 칩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의료보험 개혁 설명회를 겸해 타운홀 미팅'을 열었을 때 일입니다. 곳곳에서 참석자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맞서면서 분위기가 살벌했지요. 오바마가 나선 미팅에서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렇게 총을 찬 남자까지 나타났습니다.

타운홀 미팅이란, 주민이 모여 지역 현안을 토론하던 미국 민주주의의 풀뿌리였습니다. 이제는 정책결정권자와 정치인이 주로 활용하고, 대선 2차 TV토론도 타운홀 미팅으로 진행합니다.

1992년 대선 때는 참석자 질문이 이어지는데 아버지 부시가 시계를 보며 딴청을 부렸다가 패배를 자초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 토론 덕을 단단히 본 클린턴은 대통령이 된 뒤 언론을 피하고 타운홀 미팅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미지가 깎여 넉 달 만에 지지율이 30퍼센트대로 추락했습니다.

그렇듯 대중과의 직접 소통은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으로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는 참 화기애애하게 보였습니다. 국민 앞에 선 무대가 꼭 엄숙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대화가 어지럽게 이어지면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경제 외교안보 현안부터 국민이 고통 받는 민생 문제까지 수박 겉핥기에 그쳤습니다. 국민이 듣고 싶어 했던 깊은 성찰과 진지한 설명, 국정 쇄신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시종 여유 있고 밝았던 대통령 표정은 거꾸로 이날 대화가 얼마나 느슨하고 방만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라 마치 '팬미팅' 같았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패널에 얼마나 포함된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칠 시간 다 됐는데… 제가 이런 프로그램 처음 하는데, 한3년은 늙은 것 같습니다…"

중구난방 토론장을 정리할 엄두도 못 내는 진행자의 한숨이 이날 행사의 모든 것을 함축합니다. 설마 청와대가 194일 만의 이 공허한 국민 대면으로 소통의 숙제를 다했다며 때우고 넘어가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1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팬미팅 같았던 국민과의 대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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