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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권 심장부를 겨누는 의혹

등록 2019.11.26 21:47

수정 2019.11.26 21:59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주인공 일행이 타이타닉호에 오를 때 약혼자가 뽐내듯 말합니다. "하느님조차도 이 배를 침몰시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말을 한 사람은 선장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출항 때 했던 호언장담은 닷새 만에 물거품이 됐지요.

"이 장벽은 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뚫을 수가 없습니다." 백억 달러를 들인 장벽은, 트럼프가 큰소리친 지 두 달도 안 돼 백 달러짜리 가정용 전기 톱에 뚫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속담도 "입 찬 말은 묘 앞에 가서 하라"고 했습니다. 살아생전 섣부른 장담은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 역대 정권이 집권 초반에 늘 했던 큰소리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청와대 특감반원이 민정수석실의 특감 무마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는 그런 DNA가 없다"고 했었지요. 그러면서 "곧 불순물이 가라앉고 진실이 명료해질 것" 이라고 장담했지요.

그 흙탕물이 근 1년 만인 정권 후반기가 돼서야 가라앉으면서 물밑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이 비리 의혹으로 감찰을 받다 유야무야 됐던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세간의 눈길이 쏠리는 곳은 그가 누구로부터 차량 편의를 제공받았다느니, 골프채를 받았다는니 하는 그 지점이 아닙니다. 

지난해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감찰반원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유씨의 비리가 보고된 뒤 감찰이 중단됐다"고 주장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국 수석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유씨가 이 일로 공무원 옷을 벗고도 이리저리 영전해 부산 부시장이 된 것 역시 상식과 맞지 않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했고 그 인연으로 지금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그래서 검찰 수사는 이제 윗선을 향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당부했습니다.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많은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 윤석열 검찰이 그 엄정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1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정권 심장부를 겨누는 의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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