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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검찰 인사파동, 거역의 심리학

등록 2020.01.10 21:47

외국인 모델들이 한국 생활 경험담을 말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판 올림픽' 얘기가 나옵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곧 바뀌려 하면 3~4명이 정말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해요. 시합하듯 달리는데, 우리는 그걸 '한국판 올림픽' 이라고 해요…"

식당 문화도 신기한 모양입니다.

"버튼만 누르면 직원 3명이 '어? 누가 눌렀지?'하고 쳐다보니까…"

'긋다'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습니다. '선을 긋는다'는 뜻 말고 '비가 잠시 그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비를 긋는다'고 하면 '비를 잠시 피해 그치기를 기다린다'는 말입니다.

검찰 인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의도와 목적이 너무 뚜렷이 보이는 인사여서 탈법 논란에 '대학살'같은 무시무시한 표현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비바람을 그을 법도 합니다만 곧바로 최종 과녁을 향한 공격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것도 정부, 청와대, 집권당,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말입니다.

추미애 장관은 "가장 균형 있는 인사였다"며 "윤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했습니다. 이제 정치판으로 나갈 이낙연 총리는 추 장관에게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에 추 장관과의 통화 사진까지 첨부해 돌렸습니다.

권력 내부에 비판적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은 보이지 않고, 윤 총장에 대해 금방이라도 무슨 조치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정작 신랄한 비판은 권력 바깥, 진보논객 진중권씨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는 "국민의 명을 거역한 것은 추 장관"이라며 윤 총장에게 "모욕스러워도, 손발이 묶여도 물러나지 말고 친문 비리를 파헤쳐달라"고 했습니다.

조지 오웰의 암울한 공상소설 '1984'에서는 당원들이 매일 극장에 모여 혁명의 가상 적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주먹을 흔들며 소리를 지릅니다. 미지근하게 했다가는 당장 끌려 나가기 때문이지요.

'거역'이라는 말은 "윗사람 지시를 거스른다"는 뜻입니다. 주로 신이나 군주,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을 때 쓰이곤 합니다. 윤 총장에게 쏟아낸 십자포화, 그 맨 앞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해 봅니다. 염치란 '할 수는 있어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1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검찰 인사파동, 거역의 심리학'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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