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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추미애의 삼보일배

등록 2020.01.11 19:46

티베트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순례 여정을 떠납니다. 걷기만 해도 힘든 2500km의 순례길을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나아갑니다.

삼보일배는 자신이 지은 악업을 뉘우치고 자신을 버리는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입니다.

국내 정치인 중에도 사죄의 마음으로 삼보일배를 한 사람이 있죠. 추미애 장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지지층들이 떠나자, 마음을 돌리려 광주에서 2박 3일 간 15km를 걷고 절했습니다.

추 장관이 인사 청문회 때 손수건으로 허벅지를 묶어 눈길을 끌었는데 삼보일배의 후유증 때문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따라붙는 탄핵 찬성 꼬리표에, 추 장관은 당시 선택을 '최대 실수'라고 했습니다.

추미애(2016년 8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분명 잘못한 것이고 제 정치 인생 중에 가장 큰 실수고 과오입니다."

추미애 장관이 취임 직후, 정권 비리 수사를 이끌어 온 검찰 지휘부를 모두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추장관은 7년 전엔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죠.

추미애 (2013년 대정부질문)
"수사와 기소를 주장했던 수사 책임자(윤석열 팀장)도 내쳤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오겠습니까?“

이번 인사를 보고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추 장관은 "가장 균형있는 인사"라고 했습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을 거역했다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검이 수사 조직을 별도로 만들 때는 자신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특별 지시까지 내렸죠.

이번 검찰 인사가 진통을 겪으면서 청와대와 추 장관 간에도 이견이 있다는 설이 한때 나돌았지만 결국 추 장관은 청와대와 궁합을 맞췄습니다.

추 장관이 16년 전 자신의 삼보일배를 떠올린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추미애의 삼보일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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