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허둥지둥 우왕좌왕 갈팡질팡

등록 2020.01.31 21:52

수정 2020.01.31 22:00

오바마 대통령은 가볍게 주먹을 마주치는 인사를 즐겼습니다. 권투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면서 글로브를 마주치는 데서 시작해 스포츠계에 퍼진 것을 오바마가 널리 유행시켰지요. 친근하고 격의 없어 보이는 인사법이지만 장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악수보다 훨씬 위생적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는 세균 감염이 악수의 절반이고, 이 주먹치기는 2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 오바마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더 안전하게 팔꿈치를 대는 인사를 하고 다녔습니다. 2014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모습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는 인사와 팔꿈치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그는 돌아와서도 3주 동안 팔꿈치 인사만 했습니다. 에볼라 지역 방문자는 잠복기에 악수를 하지 말라는 WHO 지침을 따른 겁니다.

지도자들이 인사 하나도 신경써서 하는 것은, 신종 바이러스가 일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2차 감염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메르스 사태도 그런 생활 감염을 막는 데 실패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겁니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 2차 감염자가 일주일 동안 마음대로 돌아다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확진자와 1미터 이내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함께 불고기를 먹었는데도 격리할 필요가 없는 접촉자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초기부터 방역 구멍이 뚫리면서 우려하던 3차 감염자가 2명이나 나왔습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정부가 갈팡질팡하며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불안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한 전세기 편수와 시간, 증상자 포함 여부를 놓고는 우왕좌왕, 교민 격리 수용 장소는 허둥지둥, 방역 사령탑이 불분명한 엇박자는 중구난방, 책임 떠넘기기는 오락가락입니다. 가히 범정부 차원의 불안감 조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돕니다. 특히 교민 수용 도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뒤집어 주민 반발을 자초했습니다. 해당 지역 의원들이 어느 당 소속이냐는 논란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경복궁 타령은 대원군이 서둘러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벌어진 소동을 꼬집었습니다.

"도편수 거동을 봐라. 먹통을 들고서 갈팡질팡한다…"
"석수장이 거동을 봐라. 망치를 들고서 눈만 끔벅한다”

신종 코로나의 습격 앞에서 현대판 도편수의 실력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1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허둥지둥 우왕좌왕 갈팡질팡'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