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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까?

등록 2020.02.05 21:48

시인 김수영은 가식과 위선을 거부했습니다. 자신의 비겁하고 옹졸한 속물근성을 날것 그대로 까발려 내보이곤 했습니다. 복잡한 가정사가 있었다고는 해도, 비 오는 거리에서 우산으로 아내를 때렸던 몹쓸 짓까지 시로 썼습니다.

"거리에는 사십 명 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그의 위악적 자기혐오는, 뉘우치기는커녕 감추기에 급급하는 세상 속물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찌릅니다.

중국 송나라 때 충신이 부당한 일을 하려는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키가 석 자밖에 안 되는 아이가 아무리 세상 일을 모른다 해도, 개돼지에게 절을 하라고 시키면 발끈 성을 냅니다…"

거기서 유래한 것이 '삼척동자도 안다'는 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하고도 통하지요.

추미애 법무장관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사건의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엿새 동안 미루다 결국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시행한 법무부 훈령에 따라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국회 자료제출 의무를 명시한 상위법에 위배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기소 이후에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릅니다.

하지만 법 해석은 제쳐두고라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적 이치로 물어보겠습니다. 전례 없는 공소장 비공개가 법무부 훈령 제정 두 달 뒤, 왜 하필 청와대 범죄의혹을 겨냥한 기소에 처음 적용된 걸까요. 지난해 피의자 공개소환과 밤샘 조사 폐지의 첫 수혜자는 왜 또 하필 조국 부부였던 것일까요. 그럴 때마다 개혁과 인권을 내세우는 데 혹시 국민을 뭘로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선거개입 의혹에서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장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추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공소장 비공개를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책임을 따질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역시 궁금할 따름입니다.

2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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