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끝까지 환자 곁에

등록 2020.02.25 21:49

수정 2020.02.25 21:55

2014년 미국을 강타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초기에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감염됐습니다.

"울지마, 울지마."
"정말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애 많이 썼어요…"

그녀는 2주 만에 완치돼 미국민에게 에볼라 퇴치 의지를 심어줬습니다. 그녀가 퇴원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포옹하는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의료진은 늘 최전선이자 최후 방어선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 희생은 우리 메르스 사태 때도 빛났습니다. 환자들과 함께 격리돼 사투를 벌였던 을지대 병원 중환자실 수간호사의 일기 몇 줄 읽어보겠습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한 나날들' '탈진과 구토, 설사로 쓰러지는 동료들' '바깥 공기와 바람을 살갗에 느끼고 싶다…'

환자가 숨진 날은 '내 부모 보내듯 펑펑 울었다'고 썼고, 격리가 해제된 날 일기는 이렇게 맺었습니다.

'우리는 14박 15일의 긴 MT를 잊지 못할 겁니다'

코로나19가 휘몰아친 대구 경북으로 전국에서 의료진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이미 선별 진료소에 여든다섯 명, 코로나 전담병원에 백한 명이 배치됐습니다. 지역 의료계에서도 전담병원 자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이 벌써 스무 명을 넘었습니다. 메르스 때 확진자 다섯 중 한 명이 의료진이었던 걸 생각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나올지 모릅니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전담병원들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방호복을 입으면 숨쉬기가 어렵고 금세 온몸이 땀에 젖어 탈진한다고 합니다.

방역을 지휘하는 의사 출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위기경보가 '심각'까지 가자 단발머리를 더 짧게 잘랐습니다. "이제 머리 감을 시간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얼마나 자느냐는 질문을 받자 "한 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라고 합니다.

메르스 때 통째 격리된 의료진이 일손 부족으로 지쳐가던 삼성서울병원 로비 전광판에 이런 글이 떴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 한 간호사가 구내식당 게시판에 쓴 글을 옮겨온 다짐이자 약속이었습니다. 코로나19의 광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대한민국은 그 약속을 믿고 의지할 겁니다.

2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끝까지 환자 곁에'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