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4월의 개학 전쟁

등록 2020.04.01 21:52

수정 2020.04.02 11:10

"잘 가 애들아.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

두 미국 엄마가 개학 날 아이들을 등교시켜놓고 신바람을 냅니다.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며 어깨춤을 춥니다.

"애들은 드디어 개학하고, 우리는 춤추고... 애들은 더이상 달라붙지 않고, 우리는 춤추고…"

두 엄마는 여유롭게 장을 보고, 차를 마시고, 발 손질도 받고, 낮잠을 즐깁니다. '아이들 개학은 엄마의 방학' 이라고 하지요? 하늘로 날아오를 듯 환호하는 엄마와, 떨떠름하게 책가방 멘 다섯 아이가 절묘하게 엇갈리는 사진입니다. 무릎을 치며 공감한 수많은 엄마들의 패러디 장면이 줄을 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엄마들의 형편은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코로나로 한 달이나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네 아이 엄마가 써 붙인 방학생활 수칙입니다. "주는 대로 먹는다. 유튜브 끄라고 하면 바로 끈다. 엄마에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다." 그리고 경고합니다. "위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 나올 것이다." 요즘 유행어로 참 '웃픈' 얘기이지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개학 소식에 가정과 학교 모두가 혼돈에 빠졌습니다. 당장 엄마들 한숨 소리부터 들려오는 듯합니다. 어르신들은 애 한 둘 키우며 엄살 떤다고 핀잔하실 수도 있겠지만,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은 얘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PC 장만하는 일부터, 아이가 어린데 수업을 곁에서 도와주는 일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한 형편이라면 걱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교사들 역시 벼락치기 온라인 강의 준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부분 온라인 수업 경험이 없어서 수업이 부실할 경우 사교육으로 더 쏠릴 위험이 큽니다. 학원 발 코로나 확산 위험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겁니다.

우리는 전쟁 때도 피란지에서 천막을 치고 학교를 열었습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은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2부제, 3부제 수업을 했습니다. 한 세대의 학창시절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초유의 재택 개학이 지금 어린 세대는 물론 엄마들에게도 악몽으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4월 1일 앵커의 시선은 '4월의 개학 전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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