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창밖은 이제 곧 오월인데

등록 2020.04.23 21:45

수정 2020.04.23 21:50

작고 여린 것들의 아름다움을 맑은 글로 찬미했던 시인 피천득, 그는 오월에 태어나 오월에 떠났습니다. 그의 오월 찬가 한 대목 들어보시지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는데…."

그런 오월도 잊은 채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그는 연민의 정을 보냈습니다.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요즘 코로나에게 봄을 빼앗긴 우리네 처지에 대한 연민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며칠 전 조사에서 "코로나 끝나면 맨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둘 중 한 명이 국내여행을 꼽았습니다. 그 중에 강, 바다, 산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열에 넷이었습니다. 계절과 자연 속에서 큰 숨 내쉬고 싶다는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재미납니다. 여행객 밀집도가 관광지의 매력을 앞질러 1위에 올랐습니다. 사람 적은 곳으로 가겠다는 새로운 트렌드 역시 코로나 시대의 세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이 금방 종식되기는 어렵고… 장기전으로 갈 거라고…"

이달 말 부처님 오신 날부터 어린이날까지 오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여행명소 숙박 예약이 거의 다 찼다고 합니다. 제주 항공편 예약률이 80퍼센트를 웃돌고, 동해안 콘도들도 벌써 만실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다들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은 동병상련의 공감 못지않게 걱정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늘어가고 일부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쌓인다고 합니다. 혼자 한적한 곳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경계심마저 벗어 던질 때는 물론 아닙니다. 

미국 록스타 본 조비가 팬들이 보내준 코로나 사연을 엮어 노래로 불렀습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노래처럼, 우리 곁 가까운 곳에서 계절을 누리는 방법도 많이 있을 듯합니다.

4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창밖은 이제 곧 오월인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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