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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낳고 싶지만"

등록 2020.05.29 10:06

수정 2020.05.29 12:37

[취재후 Talk]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낳고 싶지만'

1970년대 '가족계획'을 주제로 제작된 대한늬우스

"우리 국민들 가운데는 흔히들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 나온다는 그릇된 관념 때문에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서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971년 11월 20일에 제작된 '대한늬우스'(https://youtu.be/cWh5zs6HSZ0)의 한 대목입니다. 아이를 그만 낳아달라는 호소처럼 들립니다. 요즘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요즘 저출산이 심각하다는데, 대체 어떻길래 그러는 걸까요?


 

[취재후 Talk]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낳고 싶지만'
2019년 2월 27일 방영된 뉴스9의 한 장면


■ "최저... 최저... 최저..."

52개월 연속입니다. 2015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52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 찍고 있는 겁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전체 인구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결혼적령기의 남녀 숫자도 해마다 줄기 때문에 출산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그 속도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특히 2018년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이 그랬습니다. 0.98명, 여성이 자녀를 평생 1명도 안낳다는 뜻입니다. 몇몇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는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내려간 국가는 없습니다.


 

[취재후 Talk]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낳고 싶지만'
2020년 5월 26일에 방영된 뉴스9의 한 장면


■ 믿었던 1분기마저...

"계속 줄어든다, 줄어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특히 더 의미를 가진 숫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1분기의 인구 자연증가(출생에서 사망을 뺀 숫자)입니다. 산모들은 연초 출산을 희망합니다. 1~3월생들이 또래에 비해 신체나 두뇌의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얻는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까지는 연초 출생이 그나마 받쳐줬기 때문에 급격한 인구감소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믿었던 1분기마저 출생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거기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습니다. 1분기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된 건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부터는 1년 전체를 놓고 볼 때도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저출산 영향은 올해 연말부터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에도 밝은 전망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취재후 Talk] 출산율 세계 꼴찌, 대한민국…'낳고 싶지만'
지난 4월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기 인구정책TF 4차 회의


■ "부담, 부담, 부담..."

저도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자녀가 생기는 일은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제부담, 육아부담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저출산의 원인을 조사했더니, 첫번째가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이었고, 두번째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세번째가 결혼 지연과 기피의식이었습니다. 아직은 아이를 쉽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데 어떻게 출산을 장려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에서도 2005년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많은 예산을 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 인구감소와 미래

이런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요.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흥미로운 전망을 참고해보겠습니다. 조 교수는 2021년 1961년생 은퇴자 수 90만 명, 2024년 지방 대형마트 철수 도미노, 2027년 지방 백화점 중심의 상권 몰락, 2035년 여성 3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할머니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외에도 학교 감소, 노동인력 부족, 경제성장률 저하 등 손에 없을 정도로 많은 우울한 전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잘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나라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일 겁니다. 정부는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을 만드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당장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열정보다 저출산 속도를 먼저 늦출 수 있는 실효성이 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송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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