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간도 쓸개도

등록 2020.06.08 21:52

수정 2020.06.08 21:56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하는 뒤에서 김여정이 숨바꼭질을 합니다. 연단 깃발에 숨었다 나왔다 하며 두리번거립니다.

앞서 2012년에는 행사장에 나온 오빠 뒤에서 뛰어다니며 웃고 손뼉 쳤지요. 애티를 벗지 못한 철없는 막내 여동생 모습 그대로입니다.

김여정의 분방한 행동은 재작년에도 생중계 화면에 잡혔습니다. 노병들이 미동도 못하는 열병식장 기둥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구경하던 김여정의 특별한 지위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요. 그런 김여정이 평창에 왔을 때는 예의 바른 공주, 평화의 메신저 대접을 받았습니다.

김여정도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한다"며 수줍어했습니다. 김여정은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이런 덕담을 하자 얼굴이 빨개졌다고 청와대가 전했습니다.  

"우리 김여정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됐습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평창올림픽이 남긴 두 가지는 평창의 성공과 김여정 팬클럽" 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갈수록 거칠어지는 북한의 입 전면에 김여정이 나섰습니다.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다"며 막말을 퍼부은 김여정을, 북한이 '대남 총괄 책임자'로 공식확인 했습니다.

김여정 담화를 군중집회에서 낭독하고 주민 학습까지 시키면서 사실상의 2인자로 받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남매 정권이 탄생한 겁니다.

정부는 지난 주 김여정에게 욕설을 들은 지 네 시간 만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검토한다고 발표해 대북 저자세 논란을 불렀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 협박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자"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를 협박하더니 오늘 오전에는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통령을 향해서는 "무지와 무능의 극치" "달나라 타령" 이라고 조롱했습니다. 

북한은 경제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대선에 코로나, 인종갈등까지 겹친 미국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고, 전단을 핑계 삼아 대남공세를 강화해 판을 흔들어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잘못 계산했고, 우리 정부의 끝없는 굴종적인 태도 역시 북한의 어깃장을 더욱 부추길 뿐입니다. 그동안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왔고 그래서 국민들도 그러려니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부는 그래도 자존심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6월 8일 앵커의 시선은 '간도 쓸개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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