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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검사에 순치" 모욕이라던 秋, 또 '한동훈 카드' 꺼냈다

등록 2020.06.25 14:15

수정 2020.06.25 14:48

추미애 법무장관이 달라졌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 직후부터다. 당시 추 장관은 야당도 아닌, 여당 의원들에 둘러싸여 검찰개혁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검사들에게 순치(馴致)되는 것 아닌가"라던 송기헌 의원에겐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쏘아붙였다.

이후 추 장관은 공세적으로 변했다. '추다르크' 면모를 요구한 여권에 화답하듯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권한을 위임받은 자" "자기 편의적" "법 기술을 부린다"는 강성 발언도 쏟아냈다.

"'귀양' 한동훈에 사실상 사표압박"

25일 법무부는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전보조치했다. "최근 강요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수사 중이라, 일선 수사지휘 직무수행이 곤란한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한 검사장의 비위 여부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감찰도 예고했다.'검찰의 자체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 장관이 직접 감찰을 명할 수 있다는 법무부 감찰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상당수였다. '검언유착 의혹' 관련 진상규명 속도와도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자의 혐의 적용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 공모관계로 나아가 유죄 심증으로 인사조치한다는 건 납득이 안간다"고 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부산고검 차장 자리는 2017년 5월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소위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전보조치된 자리"라며 "지휘권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민감한 자리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됐다가 지난 1월 추 장관에 의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성 인사조치됐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다음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한 검사장을 콕집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낸 건 사실상 사표를 내라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검사장도 입장문을 통해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목표는 尹 총장 퇴진 여론몰이"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현직 유지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마디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로 이 비서관을 소환조사한 후 기소 여부를 검토중이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검과 수사팀 의견이 달라 외부 자문을 구한 상황인데, 수사자문단 소집을 앞두고 법무부에서 유죄로 판단하라는 사인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대검 간부 출신 법조계 인사는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든 키워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라며 "중대한 문제가 있어 직접 감찰을 하겠다기 보다는 중대한 문제로 삼고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실체적 진실규명과는 상관없이 감찰카드로 검찰을 옥죄려는 법무부 시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앞서 언급된 법조계 인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쫓아내는 방편으로 한동훈이 카드로 쓰인 것"이라며 "인사로 손발을 잘라내면 물러날 줄 알았던 윤 총장이 안 물러나자 법무부로선 다른 방도를 찾은 셈"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도 "임기말 관리가 시급한 정권에게 '우리 편이 아닌' 윤석열은 불편한 존재"라며 "퇴진 여론을 이끌어낼 만한 사안이면 무엇이든 압박카드로 꺼내들 것"이라고 했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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