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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묘수는 묘수인데…

등록 2020.07.22 21:49

수정 2020.07.22 22:12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바둑 결승전입니다. 박정환 9단과 겨루던 중국 1인자 커제가 갑자기 자기 뺨을 때리고 돌을 마구 집어던집니다.

막판에 덜컥수를 둔 겁니다. 분을 못 참고 또 뺨을 때리지만 바둑은 지고 욕만 엄청 먹었지요.

바둑 격언에 '마음을 맑게 먹고 욕심을 적게 내라'고 했습니다. '묘수 세 번 두면 바둑 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형세가 불리해서 자꾸 묘수를 짜내다 보면 꼼수나 무리수, 덜컥수나 자충수를 둬 판을 망친다는 뜻이지요.

노무현 대통령 어록에 "행정수도로 재미 좀 봤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지율 열세였던 대선 석 달 전 행정수도 공약을 들고나와 충청권에서 충청 출신 이회창 후보보다 26만표를 더 얻었지요.

하지만 수도 이전은 위헌 판결이 났고, 특별법으로 우회해 세운 것이 세종시입니다.

여당에서 느닷없이 그리고 일제히 수도 이전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내민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신호탄이라도 되듯 일사불란한 움직임입니다.

지역 균형발전은 반드시 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국가 모든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하고도 논쟁적인 의제입니다.

여당 원내대표 연설처럼 부동산 문제 해결 수단일 수는 결코 없습니다.

오죽하면 정의당까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려는 국면전환용, 선거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을까요.

더구나 지금은 온 국민이 힘겹게 코로나와 싸우며 팍팍한 삶에 허덕이는 국난 상황입니다. 이런 위기에 뜬금없는 천도 논란이 벌어지면 자칫 나라가 두 쪽 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천도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천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천도, 피란 가는 천도입니다.

지금 여당의 천도론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귀신 같은 형세 판단으로 신산이라고 불린 이창호 9단의 명언을 돌아봅니다. "한 건에 맛을 들이면 암수(暗手)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괴롭지만 정수(正手)가 최선입니다….”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면 묘수처럼 보여도 무리수가 되고 결국에는 자충수가 되기 마련입니다.

7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묘수는 묘수인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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