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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秋, '검찰 소신파' 또 쳐냈다…'공개 비판' 문찬석엔 퇴진 압박

등록 2020.08.07 15:42

수정 2020.08.07 16:43

[취재후 Talk] 秋, '검찰 소신파' 또 쳐냈다…'공개 비판' 문찬석엔 퇴진 압박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가 발표된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끝까지 상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면 결국 인사권에 의한 보복을 당한다. 상부의 뜻에 따라 자신의 뜻을 꺾고 사건을 왜곡되게 처리하면 자신의 검사로서의 정체성이 죽는다. 주위에서는 모두 안다."

지난해 6월 조은석 전 법무연수원장은 사표를 던지기 전 '수사감각'이란 책을 냈다. 특수통 검사 27년 경험을 담은 교재였다. 교재를 낸 지 한 달만에 검찰을 떠났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던 그는 해경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밀어붙이다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에게 밉보였다.

검사로서 소신을 지킨 대가로 관운을 잃었던 그는 '수사감각' 교재 부제목으로 보란듯이 '범죄가 검사를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썼다. 인사가 무섭다 해도 검사로서 정체성은 잃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 '조국 무혐의' 심재철은 영전↔'쓴소리' 문찬석은 벼랑으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철저히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구미에 맞춘 인사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원칙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극명한 사례는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문찬석 광주지검장 인사에서 드러난다.

심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검찰의 꽃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 심 부장은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내부회의에서 "죄가 안된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상갓집에서 만난 후배 검사로부터 "네가 검사냐"는 말까지 들었던 당사자다.

반면,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했던 문 지검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 발령됐다. 초임 검사장 자리 굴욕을 안기면서 사실상 사표를 쓰라고 압박한 셈이다.

검찰 안팎에선 "문 지검장이 추 장관으로부터도 "유감스럽다"는 지적을 받아 인사 불이익이 예고됐지만 이 정도로 망신주기 인사로 이어질 것이라곤 예상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 '채널A 수사' 지휘부·'권언유착 의혹' 당사자도 승진

'채널A 사건' 수사팀을 지휘했던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했다. KBS 녹취록 오보 논란에 연루된 신성식 3차장검사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검사장이 됐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당시 "검사와 기자가 공모하여"라는 문구까지 넣었는데도 공소장엔 공모관계를 적시하지 못한 책임은 묻지 않은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나머지 관련자와 관련 고발사건 등은 계속 수사 예정이라고 했었다.

■ 檢 안팎 "'채널A 수사' 패착은 인사실패에서 비롯"

검찰 안팎에선 검찰내 소신파 축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4개월간 파헤치고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한걸음도 다가서지 못한 채널A 수사가 소신파가 배제된 검찰 수사의 전조가 될 것이란 자조섞인 반응도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육탄 압수수색을 벌였던 정진웅 부장검사는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만한 수사를 이끌 실력이 없으면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 탈이 난 것"이라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전북 고창 출신인 이 지검장(전주고)과 전남 나주 출신인 이정현 1차장검사(영산포상고)와 함께 중앙지검 호남 인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인사에서 의정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받았지만, 신영식 부장검사가 사표를 던지면서 수원지검 형사1부장으로 갔다가 이 지검장에 의해 중앙지검 형사1부장에 발탁됐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사에 목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며 이렇게 개탄했다.

"개인적으로 한창 수사하다가 금요일 오후 5시 인사 통보받은 적도 있다. 월요일부터 저기로 가라며 가방 쌀 시간도 주지 않았었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인사에 당당하라며 '영전(榮轉)'할 때 전(轉)자가 구른다는 의미라는 걸 강조했다. 어디로 굴러가든 영전이다. 당당하게만 받아들이면 된다 인사를 애닳아 하면 인사를 하는 사람의 뜻에 말려들게 된다. 물먹어도 버텨라."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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