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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버티는 김현미…與에서도 "文 인사스타일 믿고 그러나"

등록 2020.08.14 16:38

[취재후 Talk] 버티는 김현미…與에서도 '文 인사스타일 믿고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조선일보DB

지난 7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상황에 대한 책임"이라고 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다주택 논란으로 읽혔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실책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제 컨트롤타워들은 사의 표명 같은 '퍼포먼스'조차 없이 요지부동이다.

그 가운데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의 부동(不動)은 특히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취임해 지금까지 3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초 청와대가 국토부 장관을 교체한다며 최정호 후보자를 내밀었다가, 3주택자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김 장관은 계속 유임하게 됐다.

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도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노 실장이 최근까지도 '지금 시점에 김 장관을 교체하기는 부담이지 않냐'고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 교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경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각에 여성 30%를 의무 배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인적 쇄신이 유야무야인 데는 무엇보다 김 장관의 '버티기'가 한 몫 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 한 번 임명하면 쉽사리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기대, 부동산 책임 논란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장관은 최정호 후보자 낙마 당시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나는 좀 더하고 싶다"고 말하며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출마 의지를 보여오다가 올 초에야 불출마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권에선 "장관직 때문에 국회의원을 포기하게 했다는 대통령의 부채의식을 김 장관이 역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했지만, 오는 9월 22일이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된다.

올 초 "장관님 때문에 고양시가 망가졌다"는 지역구 주민의 하소연이 이제는 "장관님 때문에 부동산이 망가졌다"는 국민들 호소로 번지고 있지만, 그 때처럼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다"고만 생각 하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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