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말 위기는 지금부터

등록 2020.08.19 21:48

수정 2020.08.19 21:58

우울한 청춘의 초상 장국영이 거울 앞에서 속옷 바람으로 맘보를 춥니다.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젊음들… 홍콩영화 '아비정전'의 명장면이지요.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맘보 춤은 점점 빨라지면서 관객까지 덩달아 어깨춤을 추게 합니다.

온 나라에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남부 어느 아파트입니다. 해질 녘 노부부가 베란다에서 블루스를 춥니다. 위아래 이웃들도 함께 몸을 흔들며 웃습니다.

또 어느 아파트에서는 샤이니의 '링딩동'을 합창합니다. 춤과 노래로 코로나 블루를 떨쳐냅니다.

푸른색 '블루'는 우울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애조 띤 미국 남부 흑인음악을 그래서 블루스라고 하지요.

하지만 고흐는 컴컴한 밤하늘마저 검정 대신 푸른색으로 살려냈고 그래서 별빛은 더욱 찬란합니다.

코로나가 퍼뜨린 마음의 바이러스, '코로나 블루'를 세계보건기구가 정설로 인정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정신보건 위기가 닥쳤다"고 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고립과 외로움, 두려움으로 불면증 섬망증 우울증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섬망이란, 떨리고 초조하고 집중이 안 되고 헛것이 보이는 신경증입니다.

우리만 해도 지난 여섯 달 37만명이 우울증 상담을 받아 작년 한 해 상담 건수를 반년 만에 넘어섰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입니다…"

이제 갇혀 사는 일상은 더욱 답답해지고, 코로나 공포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젊고 건강하니까 괜찮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확진자가 퇴원 후 다섯 달 넘도록 겪는 고통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랍니다.

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듯 집중이 안 되고, 두통, 가슴 통증, 속쓰림, 피부 건조. 만성피로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방금 했던 일과 하려던 일도 금세 까먹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나빠지곤 한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증상을 빼닮았습니다. 그는 "완치라는 말을 믿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선은 결국 안 걸리는 것뿐" 이라고.

이제야말로 모두가,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향한, 길고도 모진 가시밭길로 들어섰습니다.

편을 가르는 손가락질, 삿대질 멈추고 온 나라가 다시 한번 마음과 힘을 합칠 때가 진정으로 온 겁니다.

8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정말 위기는 지금부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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