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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낙연이 요청했다"던 전국민 통신비, 예견된 좌초였나

등록 2020.09.22 16:17

[취재후 Talk] '이낙연이 요청했다'던 전국민 통신비, 예견된 좌초였나

/ 연합뉴스

"이낙연의 첫 작품이 좌초됐다."

국회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8월 당 대표 당선 이후 4차 추경이란 숙제를 가장 먼저 받아안았다.

이 대표는 후보 시절부터 주장했고, 또 대세적 당론이었던 맞춤형·선별 지원으로 가닥을 잡는 대신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란 묘수를 뒀다. 전 국민이냐, 선별이냐로 갈라진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1차 목표에 더해,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에 대한 견제 장치로도 읽혔다.

이 대표는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당 대표'라는 자격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건의하는 형식을 빌려 통신비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당시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통신비 지원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요청했다"고 알렸다. 당시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다. 일률 지원이 좋겠다"라고 화답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당초 민주당 원안은 만 17~34세와 50세 이상 국민에 통신비 2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소득 분위를 나눠 지원하는 방안 대신,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대원칙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을 고안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사실상 전 국민 지원으로 원안을 전면 뒤집으면서, '이 대표의 요청'이란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예산으로 전체 추경 7조 8000억 원 가운데 거의 1조 원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 합의는 민주당 원안과 비슷한 수준인 만16~34세, 65세 이상으로 돌아갔다. 그마저 원안 중 '50세 이상'은 '65세 이상'으로 대상 범위가 축소됐다.

민주당이 당초 원안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 위로금 명목이라는 취지대로 더 많은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야 정쟁의 시간도 줄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말을 번복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당의 '이 대표 띄우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표는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위로했고, 첫 최고위원회의에선 민방위복을 입고 나와 지자체장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홍수 피해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당헌당규를 바꿔 윤리감찰단을 만들고, 의원들 비위에 엄격한 모습도 보였다. 당 내부에서는 "과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른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기도 한다.

당 대표와 대선후보를 사실상 겸직 중인 이 대표, 그리고 여당의 조급함이 전 국민 통신비란 회심의 '첫 작품'을 스스로 망치게 한 건 아닐까. 조만간 이 대표가 광화문에 나가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못다한 공약을 대리 이행하겠다고 나설 지도 모르겠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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