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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김정은 지시 없어도 南 사람 사살 가능한가

등록 2020.09.27 19:13

수정 2020.09.27 23:33

[앵커]
북한은 우리 국민을 향한 총격이 정장, 그러니까 현장 지휘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는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지시 없이 남한 국민을 사살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중요한 문제인데, 오늘 이 문제를 따져보겠습니다.

차 기자, 우리 군의 발표를 보면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북한의 통지문 내용과 다른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 통지문의 신뢰도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씨 일가의 비자금과 외화조달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출신으로 탈북해 미국에 살고 있는 리정호는 "김정은 지시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 발견 뒤 6시간이 지나 사살한 것도 김정은의 판단을 받기 위해 걸린 시간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김정은 아니고 어느 누가 남한 사람을 사살할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남한 사람을 사살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에 큰 파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넘는 모든 사람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이 지침을 그대로 따랐을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특수작전부대를 보내 국경을 무단으로 넘는 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강화도 배수구로 재입북한 탈북민이 개성에서 발견되자 관련 부대원들이 처벌을 받은 걸로도 전해졌는데요. 이런 처벌이 두려워 지침대로 총살한 거란 추정도 가능하죠.

하지만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에 대한 일은 누구도 책임 못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총격을 가하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정은까지는 아니라도 지도부에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통일전선부는 지금 장금철이 이끌고 있지만 사실 존재감이 크지 않고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건 김여정입니다. 그래서 김여정이 이번 사태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북한의 통지문은 현장 실무진의 과잉대응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의도가 담긴 걸로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의아한 건 왜 김정은 명의로 사과를 한 건가요?

[기자]
이번 통지문은 북한이 자기들 영해를 침범한 데 따른 자위적이고 원칙적인 대응이었다는 걸 강조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최고지도자 명의로 사과한 걸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대남 압박에 김여정을 내세우면서 악역을 맡게 하고, 관계 진전 때는 김정은이 나서면서 통 큰 지도자의 모습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담긴 듯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는데, 지도부의 결정이 아니라는 건 그런 시각도 의식하는 게 아닐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전 세계적 비난을 피하려 한 것"이라며 "일종의 세계적 역풍을 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고요. 미국과 테러지원국 해제 협상에 앞서 불리한 요소를 지우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추석 직후로 예정된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한에 앞서 비난 수위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사과는 했지만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겠군요.

차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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