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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적폐수사' 선봉에서 공수처 '불쏘시개'로…연일 윤석열 때리는 與

등록 2020.10.23 15:59

수정 2020.11.13 10:40

[취재후 Talk] '적폐수사' 선봉에서 공수처 '불쏘시개'로…연일 윤석열 때리는 與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22일 오전 10시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난타전은 장장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을 앞장서 도았던 여권 인사들이 1년 3개월여 만에 180도 달라져 윤 총장 비판 강공 모드로 돌아서자, 윤 총장이 오히려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셨지 않냐"고 반문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총장",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총장"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스스로 추켜세웠던 윤 총장의 면모를 이제는 항명, 선택적 정의, 태도 논란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하루 뒤인 23일 오전까지 곳곳에서 윤 총장 비판을 쏟아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지적 뒤에 공통적으로 따르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이다.

이낙연 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나온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은 "윤 총장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검찰이 얼마나 위험한 조직인 지 실감했으리라 본다"며 대검 해체를 주장했고, 신동근 최고위원도 윤 총장 태도를 보고 "검찰 개혁이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렇듯 공수처 설치 주장과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리며 공수처의 명분을 얻어가는 일석이조랄까.

하지만 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이틀에 걸쳐 "안하무인격 태도"라고 비판한 신동근 최고위원은 윤 총장 사퇴엔 선을 긋고 나섰다. 신 최고위원은 "총장의 진퇴 문제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임기를 채우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역대급으로 문제가 많은 총장이지만 물러나선 안된다는 아이러니한 논리이다.

"국민들께서 두 분(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보시면서 좀 걱정을 하시겠지만, 개혁 과정의 진통이라고 생각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루 전엔 "국민의 대표", "국민의 뜻"이라며 윤 총장에 '대리 일갈'했지만, 이번엔 '국민의 걱정'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윤 총장을 향한 민주당의 강한 압박이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더 많다. 지난 6월 이해찬 대표 시절 지도부였던 설훈 의원은 "나라면 벌써 물러났다"고 처음 공개 사퇴를 주장했고, 노웅래 현 최고위원도 윤 총장의 거취 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총장이 사퇴하고 여권 입맛에 맞는 후임 총장이 임명된다면, 검찰개혁과 공수처 추진은 날개를 단 듯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하지만 거대 여당의 압박에 검찰 수장이 무너지는 모습은 '개혁'이란 성과보다, '입법부 장악'이란 오명만 더 부각시킬 우려도 나온다.

여권이 '국민 검사'로 추켜세우며 '적폐 수사'의 선봉에 세웠던 윤석열 검찰총장. 1년여가 지난 지금, 이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위한 불쏘시개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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