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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주주 3억 왜 못바꾸나" 이제 청와대로 향하는 질문

등록 2020.10.23 16:45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0.000085%를 가졌다면 일반주주일까요, 아니면 대주주일까요? 정답은 일반주주입니다. 단, 올해까지만입니다. 내년 4월부터는 대주주가 정답입니다.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바꾸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 종목을 10억 원 넘게 보유했을 때 대주주로 봅니다. 그런데 내년부터 이 기준이 3억 원 이상으로 바뀝니다. 삼성전자 주식 3억 원어치를 샀을 때 지분율이 0.000085%입니다. 시행일이 다가오자 논란이 점점 커지는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취재후 Talk] '대주주 3억 왜 못바꾸나' 이제 청와대로 향하는 질문
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 버티는 경제부총리

이달 7일과 2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물었습니다.

"대주주 기준 3억 원 방침을 변경할 생각이 없습니까?"

그럴 때마다 홍 부총리의 답변은 복사한 듯이 똑같았습니다. 원안을 고수한다는 거죠.

"2017년 시행령 개정사항이고, 3억 원 방침을 일정대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기준이 한 종목당 3억 원이고, 주식투자자의 1.5%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원안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3억 원을 기준으로 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주식투자자 1.5%라고 하지만 개인으로 따지면 8만 명이 넘습니다. 지금 대주주가 2만 명선이니까 4배 가까이 단번에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국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경우 머리를 맞대겠다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취재후 Talk] '대주주 3억 왜 못바꾸나' 이제 청와대로 향하는 질문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커지는 해임청원

지난 5월, 청와대에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11월 4일까지 20만 명을 돌파하면 청와대가 직접 답해야 합니다. 그 동안 간간히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해임청원이 올라왔지만 이렇게 많은 동의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생한다며 측은해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릅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카페뿐만 아니라 주식과 상관없는 카페에도 홍남기 청원글 링크가 종종 올라옵니다. 주식 관련 이슈에서 경제 일반 이슈로 불이 옮겨 붙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도 대주주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속내가 궁금해졌습니다.

 

[취재후 Talk] '대주주 3억 왜 못바꾸나' 이제 청와대로 향하는 질문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코스피 지수. / 조선일보DB

 
■ 빠지는 주식시장

그전에 요즘 주식시장 상황을 한번 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촉박됐던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주식시장에 넣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지수가 점점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개인은 10월에만 1조 원 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순매도로 손을 바꾼 겁니다.

연말 들어 지수가 빠지는 건 매년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매년 마지막 영업일 기준으로 대주주를 정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세금을 줄여보려고 주식을 내다파는 것이죠. 그런데 올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대학생, 주부, 직장인 너나 할것없이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만 45조 원에 이릅니다. 예전 같으면 연말에 4조~5조 원 가량 빠진 것이 올해 들어서는 10조~15조 원 가량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폭락장을 반기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지, 또 그런 폭락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는 건 왜 그런지 의문이 듭니다.

 

[취재후 Talk] '대주주 3억 왜 못바꾸나' 이제 청와대로 향하는 질문
서울 광화문에서 본 청와대 모습.


■ 청와대가 답할 차례

지난 3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논의하던 때로 가보겠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원금을 주자고 주장했고, 여당을 100%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계속 버텼는데, 재정건전성 악화 때문입니다. 그러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고, 홍 부총리는 결국 입장을 바꿨죠.

지난 7월, 주식 양도세 등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때로도 가보겠습니다. 기재부가 주식 양도세 공제금액을 2000만 원으로 정했는데,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사방팔장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미투자자의 의욕을 꺾지 말라"며 정책수정을 지시했고, 이 말 한마디에 공제금액이 50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앞선 사례로 볼 때 사방의 불만에도 홍남기 부총리가 혼자서 입장을 고수할 땐 청와대나 총리실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청와대도 총리실도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홍 부총리가 청와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실제 논란이 계속되고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다뤄졌는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홍 부총리는 대답할만큼 했습니다. 해임 청원이 2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청와대 답할 차례인 듯 합니다. 왜 대주주 기준 변경을 그렇게 고수하려 하는지, 3억 원의 근거는 무엇인지, 국민들의 불만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 송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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