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현직 검사 "검찰개혁 근본부터 실패…秋 장관 역사적 책임져야"

등록 2020.10.28 14:01

수정 2020.10.28 14:23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미애 법무장관과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28일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했다.

또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적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지금의 정권을 제가 평가할 바가 못 된다"면서도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사법연수원 39기인 이 검사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후 제주지검에 부임한 이 검사는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수사했다.

이 검사는 지난 1월 법정에서 "고유정에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정의가 살아있다고 선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주목받기도 했다.

다음은 이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 전문.

[전문]

제목: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로서의 소회를 말씀드립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습니다.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집니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칩니다.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는 제가 평가할 바가 못 됩니다.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리고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 장윤정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