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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광화문 식당에 "의경 우대" 붙은 이유는?

등록 2020.10.29 09:07

수정 2020.11.13 10:27

[취재후 Talk] 광화문 식당에 '의경 우대' 붙은 이유는?

 

■ 6천원만 내고 먹는 손님

오늘(28일) 점심은 광화문 식당가에서 먹었습니다. 8천원짜리 돼지김치찌개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뒷좌석에서 같은 메뉴로 식사하던 단체 손님들이 6천원만 내고 자리를 떴습니다. 왜 다른 가격을 받는 걸까요?

알고보니 이 손님들은 대한민국 의무경찰, 즉 '의경'이었습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보니 정문에 조그맣게 '의경 우대' 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식당 밖으로 나와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인근의 돈까스집, 우육면집, 수제비집 등도 입구에 '의경 우대'라고 써붙여 놨습니다.

이들 식당 대부분 이른바 '대표 메뉴'가 8천원 남짓이라, 의경들에겐 2천원 가량 깎아주는 셈입니다. 식당 주인들이 왜 의경을 우대해주는 건지 불현듯 궁금해졌습니다.


■ 7년째 '식대 고정'

길에서 마주친 의경에게 물었습니다. 의경들은 외식 식대가 7년째 '6천원'에 묶여 있어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식당 예약을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A의경은 "항상 죄송한 마음으로 부탁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출동한 집회, 시위 현장 주변에 밥값을 6천원에 맞춰주는 식당을 발견하면, 운전 대원들끼리 단체 대화방에 올리는 식으로 '성지'를 공유하기도 한답니다.

만약 할인을 받지 못하면, 음식값 지불을 위해 간혹 소대장이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본인들 돈을 보태서 지불한다네요.

그런데 사실, 광화문은 물론이고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6천원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죠.

의경 가운데 밖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인원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을 우대하는 착한 식당들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한 생고기집 사장은 "(의경들이 단체로 오면)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고생하니까 받아준다"고 했습니다.

'의경 우대'를 써붙인 낙지집에선 "맨날 시위 현장에 나가서 고생하고, 욕은 있는대로 먹고 있어서 불쌍하다"고 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영업이 힘들 때, 의경들이 꾸준히 식당을 찾아줘서 고마운 마음에 받아준다"는 업주도 있었습니다.


■ "6천원에 팔면 손해"

음식점도 고충 음식점 업주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일을 할텐데, 이들에게 선의를 강요할 수는 없겠죠.

식당 업주 분들과의 통화가 잦았던 A의경은 "부탁을 하면 대부분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는데, 몇몇 분들은 '요즘에 어디서 6천원으로 밥을 먹냐'는 핀잔도 주셨다"고 했습니다.


식대가 6천원 남짓이라 이용 가능했던 식당에서 갑자기 가격을 올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의경들도 오르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 유명 국숫집 관계자는 "1천원씩은 할인해드리는데, 메뉴가 9천원이라 6천원으로 맞추기에는 단가가 너무 안 맞는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만둣국집은 "깎아드리고 싶지만 저희도 운영비, 재료 구입비 등이 있어 6천원을 받으면 오히려 손해"라고 했습니다.

한 밥차집 운영자는 "일반인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손님들이 역차별을 느낄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피크시간대 피해서…눈칫밥 먹는 의경들

의경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직장인 등 손님이 몰리는 이른바 '피크시간대'를 피해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입니다.

아무래도 정가를 받는 일반 손님이 몰릴 시간에 의경들이 단체로 오면 업주 입장에선 꺼려지겠죠.

보통 의경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오전 10시 반쯤, 저녁엔 오후 4시쯤 미리 전화를 건다고 합니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눠 점심은 11시 전후, 저녁은 5시 전후로 해결합니다.

의경들은 돈을 낼 때도 그렇지만, 식사 가능 여부를 물을 때에도 이른바 '눈칫밥'을 먹는 셈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의경 식대 인상안이 올라가 있지만, 실제 반영 가능성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 소위, 예산결산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경찰도 인상을 자신할 수는 없을 터.

예산 항목 및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여러분의 오늘 점심식사 금액은 얼마였습니까?

지난 7년 동안 '6천원'에 머물러 있었으니, 올해는 기대해봐도 좋을까요? / 석민혁 기자·원동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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