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따져보니] 태도 돌변한 北 속내…'인권 공론화' 부담?

등록 2020.10.30 21:18

[앵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미안하다"던 북한이, 한달새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뭔지, 이번 보도문 행간에 숨은 북한의 속내를 따져보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북한이 공무원 피격과 관련해 입장을 낸게 이번이 두번째죠. 처음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눈에 띕니까?

[기자]
일단 형식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달 25일엔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 이번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문'이죠.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각각 8매, 14매 정도입니다. 통지문에선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귀측의 이해를 바랍니다"와 같은 존댓말을 썼던 반면, 이번엔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경고한다" 이런 반말로 일관했습니다. 또, 통지문에 2차례 썼던 '사살'이란 표현을 이번엔 전부 '사망'으로 바꿨습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전략적인 어휘 선택으로 해석되죠.

[앵커]
이건 책임 회피 수준을 넘어 거의 협박이군요 이렇게 나오는 배경이 뭘까요?

[기자]
이 보도문에서 역설적인 부분이, 공무원을 살해한 북한이 정작 우리를 비판하면서 "생명"을 1번, "인권"을 5번, 또 "국제"란 말을 2번 썼다는 점입니다. "인권유린이니 동족을 헐뜯는다" "인권문제를 유엔 등 국제무대에 확산시키려 한다" "사건을 국제적인 소동으로 몰아가려 한다" 이렇게 비난한 건데요, 북한이 왜 이러는지 전문가 얘기 들어보실까요?

신범철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최고 지도자가 인권 유린 행위로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추가 조사나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사실상 명확히 했다.."

[앵커]
이렇게 되면 공동 조사는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할테고 결국 시신훼손을 둘러싼 진실도 미궁에 빠지는 겁니까?

[기자]
시신훼손과 관련해 북한은 "남조선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고 아예 못을 박았죠. 북한은 왜 우리 군 당국을 근거로 들 수 있었던 걸까요?

안영호 / 합참 작전본부장 (지난달 24일)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

서욱 / 국방부 장관 (지난 23일)
"(시신 소각) 추정된 사실을 너무 단도직입적인, 단언적인 표현을 해서 국민들에 심려를.."

[앵커]
우리가 우왕좌왕한게 결국 북한의 적반하장을 부른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풀어야할 우리 정부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영환 /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진상이 규명되기까지 이 문제는 아마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문제로 남을 것입니다."

[앵커]
일단 우리 정부부터 진실 확인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을지 참 답답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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