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덕도 살아나다

등록 2020.11.17 21:51

수정 2020.11.17 22:01

지금은 고전이 된 TV 시리즈이지요.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통나무를 엄청나게 빨리 굴려 상대방을 강물에 빠뜨립니다. 스포츠로 자리잡은 옛 벌목꾼들의 통나무 굴리기입니다. 상대를 떨어뜨리려고 온갖 기술을 부리는 게임이 선거판을 닮았습니다.

그 선거철만 되면 벌어지는 풍경이 정치인들의 어설픈 서민 흉내입니다. 교통카드를 지하철 개찰구 왼쪽에 댔다가 못 빠져나와 쩔쩔매고, 떡볶이 찍어먹는 나무 꼬치를 젓가락으로 쓰는 장면이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천주교 신자인 어느 정치인은 하루에 성당, 절, 교회를 돌며 고해성사와 백팔배와 참회 예배를 올리기도 했다고 하지요.

그런가 하면 요즘은 갑자기 다정한 문자 인사가 빗발치고 보면 "아! 선거가 다가오는구나" 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꺼내 드는 '그때 그 정책'이 대형 국책사업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항이지요.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검토를 지시하면서 시작된 이래 선거마다 판을 흔들어 대더니 또다시 태풍의 눈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총리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예상대로 김해공항 확장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6년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하려는 부산과, 밀양공항을 밀었던 경남 대구 경북의 격렬한 대립을 가라앉힌 것이 김해 신공항 확장이라는 절충안이었습니다. 세계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업체가 1년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었고, 가덕도는 3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관련 지차체들이 모두 승복해 '신의 한 수' 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그런데 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부산 보궐선거가 대두되면서 가덕도 카드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물러난 오거돈이, 꺼진 가덕도 신공항의 불을 지핀 형국입니다.

점입가경은 야당도 즉각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는 겁니다. 부산 선거에서 먼저 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상대와 발을 맞추고 보는 정치적 통나무 굴리기를 선택한 것이지요. 국가적 낭비와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몫이고 정당이야 선거만 이기면 그만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정권과 선거에 따라 대형 국책사업이 손바닥 뒤집히듯 한다면 이번 결정 역시 얼마나 갈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바꿀 때 바꾸더라도 지난번 결정이 왜 잘못된 결정이었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결정 한 번에 수십억 원씩 돈을 물 쓰듯이 하고 그 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는 이런 후진적 정치 행태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

11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가덕도 살아나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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