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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다시 뜨는 비트코인…2017년 투자광풍과 뭐가 다를까

등록 2020.11.24 17:20

수정 2020.11.24 17:30

[취재후 Talk] 다시 뜨는 비트코인…2017년 투자광풍과 뭐가 다를까

지난 18일, 비트코인이 2년 10개월 만에 1BTC가 2000만 원 넘게 거래되고 있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 창시자·신원 미상)가 50비트코인을 채굴합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순간입니다. 그로부터 10년도 채 흐르지 않아 이 비트코인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요. 2017년에 비트코인 1개가 2888만 원까지 오른 것이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투자광풍이 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묻지마 투자열풍'이 불어 정부가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었는데요. 그 후로 잠잠하더니 최근에 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3년 동안 뭐가 변했을까요.

■ 유동성, 그리고 바이든

올해 1월만 해도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830만 원대였습니다. 그러다 이달 18일, 1개당 최고 2030만 원(빗썸 기준)에 거래됐습니다. 2018년 1월 이후 2년 10개월만에 다시 2000만 원 고지에 오른 것이죠. 2017년의 투자광풍이 떠오르는데 이번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4차 추경 66조 원을 포함해서 직·간접적으로 180조 원이 풀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동안 상대적으로 평가가 떨어져있던 비트코인에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도 호재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바이든이 주식양도세에 대해 지금보다 2배 가량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면서 비트코인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죠. 또 바이든이 그 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고, 인수팀에도 친(親)암호화폐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것도 호재였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개인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면, 이번엔 기관까지 가세해 비트코인이 투자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2017년의 투자광풍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취재후 Talk] 다시 뜨는 비트코인…2017년 투자광풍과 뭐가 다를까
암호화폐와 연동돼 사용가능한 바이낸스카드 / 출처: 바이낸스


■ 현실로 파고든다

3년 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을 취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젊은 층이 많은 강남이나 이태원의 식당이나 술집 등에 이런 가게가 많았는데요. 그때에 비해 비트코인의 사용처가 크게 늘었다고 느끼진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의 흐름은 다릅니다.

최근 전 세계 3억 5000만 명이 사용하는 결제기업 '페이팔'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에 추가했습니다. 2600만 개에 달하는 페이팔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여기에 암호화폐와 연동된 카드도 출시됐습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유럽에서 암호화폐와 연동된 카드인 '바이낸스카드'를 내놨습니다. 그 동안 암호화폐를 기존의 화폐처럼 간편하게 쓸 수 없어 대체화폐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고 있는 겁니다. 암호화폐라 불리며 신기하기만 했던 개념이 실생활에서 점점 사용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또 스웨덴 중앙은행의 경우 2016년에 E-크로나, 그러니까 디지털 화폐 연구에 착수했고, 드디어 올해 2월부터 E-크로나로 결제와 예금, 인출 등에서 시범사용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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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시범적용에 들어간 中 인민은행 / 출처: 조선일보


■ 투자 '긍정' vs '부정'


지난 3년 동안 비트코인의 위상은 많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씨티은행은 비트코인을 '21세기 금'이라고 평가하면서 내년엔 31만 8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JP모건도 앞으로 비트코인과 금 사이에 대체화폐 지위를 놓고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 화폐의 처음 발행하고,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용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비트코인에 관심있는 전 세계 부호들을 선점하려고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허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정부에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민간에서 발행하는 비트코인은 사라질 수 있다"며, "현재 비트코인을 제외하면 수천 개의 코인은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경제상황이 안좋은 상황에서 그 동안 오르지 못했던 자산가격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 것"이라며 "리스크가 크고 화폐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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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가상 이미지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블록체인, 아직


사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경제학 박사이자 일본은행 출신의 결제 시스템 1인자인 나카지마 마사시는 "비트코인은 어디까지나 블록체인의 첫 활용사례이자 특수한 적용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블록체인은 이렇습니다. 현재 돈을 보내려면 은행을 통해야 하고, 카드를 쓰려면 카드사를 통해야 합니다.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중앙체제를 거쳐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런 중간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내가 비트코인을 누군가에게 보내거나 물건을 사려고 결제하게 되면 블록(데이터 기록지 개념)이 생성되고, 여기엔 트랜젝션(거래내역)이 기록됩니다.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에 트랜젝션이 기록되기 때문에 누구나 교차로 확인이 가능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블록과 블록이 서로 얽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1메가바이트까지 담을 수 있는 블록 안에는 복잡하게 암호화 된 정보가 저장됩니다. 그래서 해킹을 해서 데이터를 조작하려면 최소한 2개 또는 여기에 얽힌 수많은 블록들을 모두 해킹해서 바꿔야 합니다. 이론적으로 전 세계 컴퓨터의 동시계산량을 뛰어넘기 때문에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비트코인인 것이죠.

사실 비트코인이 너무 유명해져서 블록체인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받았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사용처가 늘고 위상이 올라가면서 이젠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도 꽤 됐고, 비트코인은 사라져도 블록체인을 남는다는 말까지도 나옵니다.

 

[취재후 Talk] 다시 뜨는 비트코인…2017년 투자광풍과 뭐가 다를까
/ Reuters


■ 토크노믹스

암호화폐가 지금의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까요?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에 대해서 다릅니다. 비트코인 전문가인 숀 오는 블록체인에 대해 "중앙집중화된 세계에서 탈중앙화된 세계가 되고,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뀌며, 불투명성에서 투명성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0세기의 최대 발명품이 인터넷이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이런 코인의 경제를 토크노믹스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직은 블록체인보다 비트코인이 더 유명하고, 비트코인의 시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적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는 아직 암호화폐를 어떻게 제도권에서 다룰지에 대한 개념논쟁조차 끝나지 않았습니다. 3년만에 다시 찾아온 비트코인 부활을 그냥 바라보고만 넘길지, 블록체인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기회로 가질지,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 송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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