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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아무도 안보는 자정까지도 '초선의 힘'…부족한 2%는?

등록 2020.12.01 16:12

수정 2020.12.01 16:37

[취재후 Talk] 아무도 안보는 자정까지도 '초선의 힘'…부족한 2%는?

국민의힘 초선의원 1인 시위 현장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격려차 방문했다. /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닷새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인 시위는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전 이른 6시부터 시작하니 하루에 18시간 넘게 이뤄지는 겁니다. 초선의원 1명당 2시간씩 순번을 짜서 돌아간다는데, 매일 최소 9명의 참여가 필요하단 계산입니다. 실제로는 동 시간대 최소 1명에서 많게는 8~9명까지 함께 서있기 때문에 실제 일일 참가 인원은 훨씬 많습니다.

 

[취재후 Talk] 아무도 안보는 자정까지도 '초선의 힘'…부족한 2%는?
김은혜, 정희용 의원은 거의 대부분의 현장 사진에 모습이 찍혀있다. / 국민의힘 제공


●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도 합니다. 청와대는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당초 초선의원들은 이른바 '추-윤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뒤, 이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일정 조율이 안 되고, 방역 등 이유로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곧바로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저희 야당팀은 현장에서 '스탠딩'이라 불리는 기자 멘트 촬영을 하고자 했습니다. 저희 <뉴스9> 제작 시간을 감안하면 8시쯤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수은주가 뚝 떨어진 27일, 그 시간까지 1인 시위를 할 건지 여부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문의했더니, '아주 늦은 밤까지 할 예정'이라며 "천천히 와도 촬영이 가능할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그렇게 밤 늦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그 앞을 지나는 주민들도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죠. 대답은 "청와대는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역 의원들이 하는 1인 시위이고, 이들을 격려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종로경찰서 정보과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이는 곧 청와대에도 보고가 들어갈 것이란 얘기입니다.

 

[취재후 Talk] 아무도 안보는 자정까지도 '초선의 힘'…부족한 2%는?
27일 밤 10시쯤 초선 1인 시위 현장을 찾은 권영세 의원이 함께 팻말을 들고 있다. / 국민의힘 제공


● 야권 잠룡들의 '필수코스'된 1인 시위 현장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 초선 의원들을 격려했습니다. 정진석, 권영세, 김기현 등 고참 의원들이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도 격려차 방문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현장을 찾아 "초선의원의 이야기는 국민의 이야기를 대변하는데 이를 듣지 않는 것은 정권의 불통 상징한다"며 "어디에 있든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초선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 보는 당내 시선은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누구 하나 강요하는 사람도 없는데, 초선의원들이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자발적으로 순서를 짜고 국회와 지역구 일정 중에 틈틈이 짬을 내서 자발적 참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디어를 주도한 초선 의원은 김은혜, 정희용 의원으로 알려집니다. 책임감 때문인지 현장에선 이 두 의원의 얼굴을 가장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매일 가장 늦은 시간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고, 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역구인 정 의원은 서울과 지역구를 왔다갔다하며 거의 쉴 시간 없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최승재, 이용(비례) 의원도 '개근'을 기록 중입니다.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 등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원격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1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불통과 푸대접에도 꿋꿋이 시위 이어가고 있다"면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나라가 망가져선 안 된다는 충정심에 초선 의원들이 움직여줬다"면서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은 지역에서 "릴레이 시위를 하는 동안에 할머니 한 분이 '이 추운 날 그렇게 하는 게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돈을 2만 원 쥐어주고 갔다"는 경험담을 전했습니다.

 

[취재후 Talk] 아무도 안보는 자정까지도 '초선의 힘'…부족한 2%는?
대구에서 1인 시위에 동참한 곽상도 의원(재선)과 조수진 의원(초선) / 곽상도 의원 페이스북


● 당내 최대 계파 '초선', 2%가 부족

이제 친이·친박 같은 당내 계파는 사라졌다는 게 국민의힘 안팎의 평가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런 식의 예전 계파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최대 계파가 있다. '초선파'"라고 말합니다. 실제 103명 가운데 58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은 당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들은 "평소 '모래알' 같이 단합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한 초선 의원은 "특정 이슈에 대해선 똘똘뭉쳐 한 목소리를 낼 준비가 돼있다"고 장담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까지 1인 시위에 참가한 연 인원은 40여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한 번도 얼굴도 비추지 않는 초선 의원들도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한 초선의원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고, 참석률도 저조해 '마음고생'"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참석하지 않는 의원들은 단톡방에서 대답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초선의 힘'이 1% 부족해 보이는 이윱니다. 물론 주말에 지역구에선 바쁜 일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동료 초선 의원들도 바쁘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릴레이 시위의 발단이 된 지난달 27일 청와대와의 최초 일정 조율도 매끄럽지 못해 또 1%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전에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 방문이 이뤄졌고, 10명이 함께 청와대 연풍문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10명 이상 집합금지 방역수칙'이라는 청와대의 면담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기도 했지요.

초선 의원들은 오늘 의원총회와 본회의 일정으로 잠시 1인 시위를 중단했습니다. 황보승희 의원은 "1인 릴레이 시위를 2단계로 격상해서 어떻게 할지 다음 행동을 같이 논의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찬바람 맞아가며 의사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청와대가 꿈쩍 안 하지 않나. 조금 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7달전까지만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생업에 종사했던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이번에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다음엔 또 어떤 이슈에서 한 목소리를 내게 될까요. / 김수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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