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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김남국 의원님, 이 적폐와 그 적폐는 다른 건가요?

등록 2020.12.02 18:40

수정 2020.12.03 09:27

[취재후 Talk] 김남국 의원님, 이 적폐와 그 적폐는 다른 건가요?

/ 조선일보 DB

"소설을 쓰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2일 한 말입니다. 김 의원이 자신의 '판사 집단행동 유도' 논란에 대해 이틀 만에 입을 뗐습니다.

이 논란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먼저 꺼냈습니다. 

"지난 26일 목요일 저녁, 여당의 한 법사위원이 국회 본관 4층 법사위 행정실에서 누군가와의 전화를 통해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들고 일어나줘야 한다. 섭외 좀 해달라'는 말을 했다"

"(윤 총장은) 위법성이 조각될 거 같다. (판사들 또는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여론전을 벌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한 언론이 '이 의원은 김 의원'이라고 실명 보도했습니다.

김 의원은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한 취재진의 거듭된 연락에 이틀 동안 답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SNS를 통해 입장을 자주 알리는 편이었지만, 이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죠. 보좌관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내놨을 뿐이었습니다.

■ '지각 대응' 이유가?…"조중동이 쓰길 기다렸는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겠어요? 말이 되는 소리겠냐고요. 그게 말이 되겠냐고요."

이틀 만에 다른 볼일로 국회 소통관을 찾은 김 의원을 기자들이 둘러쌌습니다. 논란을 묻자 다소 격앙된 톤으로 "말이 안 된다"는 답만 세 차례 반복했습니다. 전화를 건 것은 맞는지, 전화를 했다면 누구와 했고,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기에 사실이 아닌 건지, 기대했던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이 거듭 반복되자, 김 의원은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냐. 소설을 쓰고 있다. 그것도 행정실 직원들에게 들은 걸로. 말이 안되는 거죠. 어이가 없어가지고"라고 답했습니다.

논란이 틀린 '객관적인 이유'는 끝내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런 말이 튀어 나옵니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기사를) 쓰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쓰면 그걸 가지고 하려고 했는데."

김 의원의 반응이 이틀이나 늦어진 이유는 이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 이 적폐와 그 적폐는 다른가요?

김 의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주된 문제 제기는 '법원과 여당의 유착' 의혹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혐의에 대해, 여당 의원이 바람을 넣어 판사들이 들고 일어서는 일종의 '정치적 프레이밍'을 기획했다는 무시무시한 의혹이죠.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가장 먼저 비판했을 진영은 어디일까요.

곱씹어보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지난 박근혜 국정농단 때 사법부를 동원한 정치세력의 기획수사를 '적폐청산'의 1순위로 삼았습니다.

2017년 새 정권이 들어서고 가장 먼저 칼을 댔던 수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입니다. 법원이 정치권과 결탁해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물의야기 법관 문건을 제작,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 등이 있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014년 최순실 승마 의혹을 제기했더니, 검사가 버스회사로부터 1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각본을 청와대로부터 지시 받고 기획 수사를 벌였다"고 최근까지도 주장합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총장의 판사 사찰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며 3년 전 적폐 키워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대로라면 '판사 사찰' 비판을 위해 '판사들의 움직임을 종용'했다는 김 의원의 이 아이러니한 의혹 역시, 사실이라면, 사법농단이자 적폐가 됩니다.

■ 반박 자료 하나 없는데…"잘못된 보도는 조치할 것"

누구보다 펄쩍 뛰었어야 할 사람, '조국 백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던 김 의원이었어야 할 테죠.

하지만 김 의원은 기자들에 떠밀려 첫 반응을 낸 뒤, 2시간 만에 SNS를 통해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개연성 없는 엉터리 소설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판사들 집단 행동을 유도한 사실도 없고, 유도할 능력도 없다."

직접 소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국회 법사위 행정실 직원들 2~3명이 있는 상황에서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상대방은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아니었다. 대검의 판사 불법사찰에 대해 '검찰의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위법한 일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판사들도 부글부글 분노할 만한 일이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나누었을 뿐이다."

이를 입증할 만한 전화 통화 기록이라든지, 상대방의 증언이라든지, 어떠한 객관적 근거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김 의원은 "잘못된 보도에 대해 언론 중재위원회에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 감사하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지었을 뿐입니다.

이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제발 법적 조치를 해달라. 제발 부탁이다"라고 공개 읍소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는 '증거'를 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될 겁니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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