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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秋장관, 위기의 순간마다 盧 전 대통령 찾는 이유?

등록 2020.12.03 15:03

수정 2020.12.03 15:36

[취재후 Talk] 秋장관, 위기의 순간마다 盧 전 대통령 찾는 이유?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 결정을 하루 앞둔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했습니다.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되고 말았다. 동해 낙산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린 저의 간절한 기도이고 마음입니다."

추미애냐 윤석열이냐, 결과에 따라 본인의 정치 인생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기로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닌 노 전 대통령을 찾아 기도를 올린 겁니다.

잘 알려진 대로, 추 장관은 스스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죄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2004년 새천년민주당 상임위원이었을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당사자이기 때문이죠. 당시 추 장관은 "대통령의 사과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며 탄핵안 발의에 찬성 표를 던졌고, 기각되자 광주에서 2박 3일간 15km를 삼보일배 하며 사과했습니다.

■ '노무현 원죄'였던 추미애…위기 때마다 소환?

돌이켜보면, '인간 추미애'에게 있어 중요한 순간에는 늘 노 전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추 장관이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전당대회를 치렀던 때가 떠오릅니다. 추 후보는 전국을 돌며 치른 연설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참여 정부 당시) 제게 3번이나 장관 입각을 제안했습니다. 직접 전화를 주시고, 삼보일배로 다친 무릎을 걱정해 주실 때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뒤에는 "당신의 뜻을 추미애가 지키겠다. 불의에 맞서고 원칙을 지키겠다"라는 '노무현=추미애' 공식이 따라붙었죠.

당시 전당대회를 취재했던 언론인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하도 일정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민망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원조 친문' 격이었던 김상곤 후보를 물리치고, 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추다르크'의 입지를 넓힌 것은 물론, 친문(親文)계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사실상 성공했습니다.

이 기억이 발판이 됐을까요. 당 대표 시절 당 혁신기구 창설을 추진하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회수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소설 같은 허구"라고 반박하며 '#노무현 #민주당_대통령_메이커' 같은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2017년 대선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세 분의 탄생에 기여하게 됐다"며 스스로 타이틀을 만들었습니다.

■ 영광의 순간엔 사라진 이름…秋-尹 갈등 최고조에 '재소환'

문득 궁금해서 추 장관 공식 계정인 페이스북에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검색해 봤습니다.

2016년 당 대표 당선 직후, 서거일, 새해 등에 모두 봉하마을을 찾거나,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장관 취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 키워드 검색 때마다 십 수개씩 게시물이 나왔습니다.

추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3번이나 거절했다던 장관직을 문재인 정부에서 결국 거머쥐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 이후 2번째 여성 장관입니다. 그러나 추 장관의 올 초 장관 취임사에는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정당의 수장일 때와 달리, 정무직 공무원으로서의 행보는 달라야 한다는 새 출발 신호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최정점을 찍고 있는 지금,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한 건 어떤 의미일까요?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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