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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독서열(讀書熱)…노련한 카메라 정치

등록 2020.12.10 13:48

수정 2020.12.10 14:03

[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독서열(讀書熱)…노련한 카메라 정치

9일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책을 꺼내 읽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독서열(讀書熱)은 대단했습니다. 추 장관은 어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끝나는 자정까지 본회의장을 지켰습니다. 4선 김기현 의원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추 장관은 책을 읽었습니다.

추 장관은 본회의가 끝나기 6분전인 밤 11시 54분 SNS에 '독후감'을 올렸습니다. 그 시각 3시간째 단상에서 발언을 이어가던 김기현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이렇게 권력에 예속화 되어 끌려다니면서 후세들 보기에 부끄러운 모습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절절히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과 추 장관은 같은 판사 출신입니다.

 

[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독서열(讀書熱)…노련한 카메라 정치
9일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책을 꺼내 읽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추 장관이 읽은 책은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였습니다. 2002년 1년쯤 검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 둔 이연주 변호사가 쓴 책입니다. 추 장관은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긋기도 했습니다. 추 장관이 책을 꺼내는 모습도, 읽는 모습도, 밑줄 치는 모습도 모두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 5선 출신 추 장관의 노련한 카메라 정치

5선 의원에 당 대표까지 했던 추미애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재진의 카메라에 찍힐 줄 몰랐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할 겁니다. 당연히 의도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요. 밑줄 친 부분도 의미심장합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의도적으로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 있습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괴감이 든다"면서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겨우 20년 전 검사 1년 한 변호사의 책을 무슨 바이블처럼 본회의장까지 가져가 일부러 카메라 기자 앞에 노출시킨 것은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 "법안표결과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버젓이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은 국회를 X무시하는 행위"라고 성토했습니다. "특히 공수처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X짖는 소리로 간주하는 무례한 짓"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독서열(讀書熱)…노련한 카메라 정치
/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메시지 캡처


● 尹 장모 자료 읽고, 김도읍엔 "사람 여럿 잡을 듯"

추 장관의 의도된 듯한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9일. 추 장관이 본회의장에서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찍혔습니다. 그의 휴대폰 화면엔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직전 문자엔 "그냥 둘 수 없다"고 쓰여있었습니다. 추 장관 취임 일주일 되던 때였습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추-윤 갈등'의 막이 오르던 시점입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윤 총장이 보라고 쓴 문자요, 비열한 협박”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취재후 Talk] 추미애 장관의 독서열(讀書熱)…노련한 카메라 정치
추미애 장관이 1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책보좌관에게 카카오톡으로 지시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7월 21일에도 추 장관의 휴대폰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날 추 장관이 카메라에 비춘 휴대폰 화면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 모 씨와 장모 최 모 씨에 대한 자료가 띄워져 있었습니다.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국회에 보고된 날이었습니다.

지난 9월 21일에는 영상이 아닌 음성이었습니다. 추 장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잠시 정회가 선포되자 옆에 있던 서욱 국방부 장관이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말을 건넸고, 추 장관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어이가 없다. 저 사람은 검사 안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라며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거 같다"고요.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간사를 겨냥한 말입니다. 이 대화는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국회 의사중계시스템에 노출됐습니다. 역시 5선 출신 추 장관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지 않았을 것이란 야당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추 장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적혀 있는 인사말은 이렇습니다. "휘어지면서 바람을 이겨내는 대나무보다는 바람에 부서지는 참나무로 살겠습니다!" 노련한 추 장관이 다음에는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카메라 앞에 비춰줄까요. / 김수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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