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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조응천은 여전히 '정치가 희망'이라고 생각할까?

등록 2020.12.11 11:17

수정 2020.12.11 11:18

[취재후 Talk] 조응천은 여전히 '정치가 희망'이라고 생각할까?

조응천 의원 /조선일보 DB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의 표결이 끝났지만 '조응천'이란 이름은 흑백 상태로 남아있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문했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민주당 의원으로선 유일하게 (구속된 정정순 의원 제외) 조 의원은 끝까지 표를 던지지 않은 겁니다.

조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방침을 싸잡아 비판한 바 있습니다. "공수처는 야당의 비토권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과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이제와 그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 소신대로 행동한 셈입니다.

표결이 끝나자마자 조 의원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표결을 안 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러게, 화장실 갔나?"란 너스레로 답했습니다. 물론, 조 의원은 화장실을 가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습니다. 그걸 모를리 없는 보좌관의 뻔한 거짓말이죠. 그러면서도 항의전화가 빗발칠 거라며 걱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사고' 친 의원에 대한 불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조 의원은 당시 금태섭 의원과 엇갈린 선택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지만 조 의원은 '당론에 따르겠다'며 찬성표를 던졌고, 금 의원은 기권했습니다. 이후 금 의원은 당의 징계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공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같은 소신을 가졌지만 다른 선택을 했던 조 의원은 금 의원에게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빚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금 의원 낙선 이후 조 의원은 금 의원을 돕던 보좌관을 자신의 보좌관으로 채용했습니다.

이제 조 의원은 1년 전 금 의원이 받았던 비판의 화살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민주당 당원게시판엔 조 의원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표결 뒤 기자들을 만나 '지지자들의 비판이 쏟아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제가 다 감당해야죠"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죠.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으로 고초를 겪었던 조 의원은 3개월에 걸친 문재인 당시 대표의 설득 끝에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조 의원은 입당 소감을 밝히며 "저에게도 정치는 무시와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천명(知天明)의 나이를 먹고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민주당도 공식 트위터에 조 의원의 영입 사실을 공개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함께 토론하고 혁신할 수 있음을 보여줄 분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당원들의 욕설 섞인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는 조 의원은 지금도 '정치가 희망이다'란 생각에 변함이 없을까요? 또 하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토론할 수 있다'는 그때 민주당의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걸까요? / 서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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