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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판사 사찰'이 정직 2개월이라는데…"존중한다"는 與?

등록 2020.12.16 17:25

수정 2020.12.16 17:26

[취재후 Talk] '판사 사찰'이 정직 2개월이라는데…'존중한다'는 與?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정을 놓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즉각 "판단을 존중한다"고 공개 언급했다.

반응이 의외로 차분하다고 느껴지는 건, 추 장관의 징계 청구 이후 3주 동안 여권이 쏟아낸 말 때문이다.

특히 '엄중 낙연'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매사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던 이 대표도 추 장관 발표 직후 "공직자답게 거취 결정을 하라"며 사실상 윤 총장 사퇴를 압박했었다.

이튿날에는 윤 총장의 '판사 사찰' 혐의를 콕 집어 '국정조사 검토'를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징계위 결정이 내려진 같은 날,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아쉬운 결과다. 예측 중 가장 낮은 결과"라고 지적했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남은 건 자진사퇴뿐"이라며 곧장 윤 총장을 압박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원게시판에도 "징계가 부족하다"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 감찰위 '尹 복귀' 결정하자…與, 秋-尹 언급 않기로

사실 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의 업무 복귀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추 장관과 윤 총장 관련 일절 언급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윤 총장 몰락' 수순을 예상했겠지만,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상황이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 감찰위 결과에 대해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 지도부 사이 나왔다. 물론 징계위는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지만, 아직 알 수 없다. 갑자기 견책 같은 결과가 나오면 황당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기류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우려한 대로였을까. 원래 4일 예정이었던 징계위원회는 결론이 나기까지 2차례 연기됐고, 그 사이 '한 번도' 입을 떼지 않았던 대통령이 징계위에 공정과 중립을 주문했다.

이후 징계위 일정이 다가올수록, 윤 총장의 해임과 면직을 예상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정직 3개월 또는 6개월'같이 수위를 낮춰 전망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던 추 장관의 말수가 줄어든 것도 이때부터였다.

■ "尹, 내년엔 어차피 힘 빠져"…與 '강공' 정당성 잃었지만 '잠잠'

여권도 어느 시점부터는 이 같은 결말을 예측했던 것 같다. 보름 전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추미애·윤석열 모두 다치지 않는 수준의 정무적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2월이면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데, 그쯤이면 윤 총장도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는 모양새로 간다는 것이다. 검찰 조직 역시 차기 권력에 시선을 돌리게 되면 논란 정리 국면에 돌입하게 될 거란 전망이다.

윤 총장을 그대로 해임시키면 당장 야권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여권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다지 좋은 전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결국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도 살리면서 여권의 부담도 줄이는 방안의 결정을 전망했고,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윤 총장이 정직 2개월 처분을 곧장 따른다면, 복귀 시점은 내년 2월이 된다.

민주당은 징계위가 일을 마무리한 날, 이 대표의 국정조사 카드도 거둬들였다. 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음을 인정했다. 윤 총장의 판사 사찰 혐의를 양승태 행정처의 사법농단 수준으로 몰고 갔던 민주당 몇 의원들도 영 조용하다.

추 장관은 21대 국회 초반, 민주당 초선 의원 워크숍 강연 때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역대 검찰총장 중 이렇게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적이 없다"며 면박을 줬다. 의원들은 "추미애 대통령!", "파이팅!"을 외치며 보조를 맞췄다.

수개월간 윤 총장을 놓고 벌였던 추 장관과 여권의 강공은 징계위 결과로 사실상 정당성을 잃었는데도, 이제는 누구 하나 말이 없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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